타율 0.366, 출루율 0.477, 장타율 0.658, OPS 1.135. 18홈런, 60타점, 49득점, 47볼넷-39삼진.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가 5.96에 조정득점창출력은 무려 207.2.메이저리그로 따지면 앨버트 푸홀스의 데뷔 시즌을 연상케 하는 이런 엄청난 기록은 KBO리그 KT의 ‘괴물 신인’ 안현민이 쓰고 있는 것들이다. 올 시즌 출발이 남들보다 늦었지만, 주목만큼은 그 누구보다 많이 받고 있는 안현민은 곧 타격 순위표를 크게 뒤흔들 전망이다.2022 신인드래프트에서 KT에 지명된 안현민은 시즌 후 곧바로 현역으로 군입대해 자리를 비웠다. 이후 2024년 2월 전역해 다시 KT로 돌아왔고,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하다 그해 5월30일 1군에 올라와 두산을 상대로 대수비로 출전하며 데뷔전을 가졌다. 6월 손가락 인대 파열 부상으로 1군에서 내려간 안현민은 올해 4월10일 NC전에서 올해 첫 1군 경기를 치렀으나 한 타석만 소화했다. 이후 2군으로 내려갔다가 4월30일 다시 1군에 올라왔고, 순식간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한 달 가량 늦은 출발로 인해 안현민은 현재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규정 타석은 팀 경기 수의 3.1을 곱한 것으로, 소수점 자리는 버린다. KT는 28일 현재 98경기를 소화해 소속팀 타자들의 규정 타석은 303타석이다. 안현민은 현재 69경기, 298타석에 들어섰다. 매 경기 4타석은 기본으로 소화하는 안현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부상 같은 변수가 아닌 이상 빠르면 이번주 규정타석 진입도 충분히 가능하다.

안현민의 규정타석 진입은 곧 타격 순위표가 크게 재조정된다는 뜻이 된다.28일 현재 타율 1위는 0.339의 빅터 레이예스(롯데), 출루율 1위는 0.419의 최형우(KIA), 장타율 1위는 0.612의 르윈 디아즈(삼성)가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안현민이 규정 타석에 진입하면, 타율·출루율·장타율 1위는 전부 안현민의 차지가 된다. KBO리그 타격 부문 공식 수상 분야는 홈런, 안타, 타점, 득점, 도루, 타율, 출루율, 장타율의 8개인데, 적어도 안현민이 타율, 출루율, 장타율 3개 분야에서는 수상에 도전할 수 있다.비율 스탯인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에서 모두 1위에 오른다는 것은 안현민이 컨택트와 파워 모두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타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KBO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에서 모두 1위에 오른 선수는 2022년 이정후(당시 키움)가 마지막이다.

1982년 백인천 : 0.412/0.497/0.740 OPS 1.237 19홈런 64타점 42볼넷-17삼진1983년 장효조 : 0.369/0.475/0.618 OPS 1.093 18홈런 62타점 58볼넷-39삼진1993년 양준혁 : 0.341/0.436/0.598 OPS 1.035 23홈런 90타점 61볼넷-40삼진1997년 김기태 : 0.344/0.460/0.636 OPS 1.096 26홈런 79타점 84볼넷-54삼진2004년 클리프 브룸바 : 0.343/0.468/0.608 OPS 1.076 33홈런 105타점 114볼넷-79삼진2010년 이대호 : 0.364/0.444/0.667 OPS 1.111 44홈런 133타점 61볼넷-77삼진2015년 에릭 테임즈 : 0.381/0.497/0.790 OPS 1.287 47홈런 140타점 103볼넷-91삼진2019년 양의지 : 0.354/0.438/0.574 OPS 1.012 20홈런 68타점 48볼넷-43삼진2022년 이정후 : 0.349/0.421/0.575 OPS 0.996 23홈런 113타점 66볼넷-32삼진관건은 안현민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까인데, 폭염이 지속되는 올 여름 안현민의 페이스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

여름의 시작인 6월, 안현민은 타율 0.346, 출루율 0.474, 장타율 0.538을 기록했다. 그리고 7월 들어서는 타율 0.474, 출루율 0.590, 장타율 0.789로 더욱 불타오르고 있다. 5월 9개를 쳤던 홈런이 6월 4개, 7월 5개로 줄어든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이는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오히려 그런 견제 속에서도 타석에서의 인내심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안현민은 현재 47개의 볼넷으로 공동 8위에 올라있는데, 한 달 이상 늦게 시즌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놀랍기만 하다. 특히 6월과 7월 월간 볼넷 숫자에서 1위라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폭염도 안현민의 집중력을 무너뜨리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삼진은 고작 39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는 것도 경이로운 부분이다.현재 안현민은 LG 송승기와 신인상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송승기 역시 8승5패 평균자책점 3.27의 뛰어난 활약으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안현민이 보여주고 있는 현재 활약은 어떤 면에서는 송승기 이상이다. 이번주 안현민이 규정타석에 진입하게 되면, 각종 타이틀 레이스는 큰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