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거칠 것 없던 무패 행진의 시작도 끝도 포항 스틸러스가 장식했다. 포항이 전북 현대의 리그 무패 기록을 22경기에서 막아세웠다. 

포항은 24일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K리그1 27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북을 3-1로 제압했다.

이로써 포항은 4연승을 달리며 승점 44(13승 5무 9패)로 3위 자리를 지켰다. 같은 시각 4위 대전(승점 42)이 FC안양에 2-3으로 패한 덕분이다. 2위 김천(승점 46)과 격차도 2점으로 줄어들었다.

포항의 이날 승리가 더욱 값진 이유는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던 전북을 무너뜨렸기 때문. 전북은 이번 경기 전까지 무려 K리그 22경기 무패(17승 5무), 공식전 26경기 무패(20승 6무)를 달리고 있었다. 지난 3월 강원전(0-1) 이후 5달 넘게 패배를 잊었던 것.

특히 리그 22경기 무패는 K리그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전북은 직전 라운드에서 대구를 3-0으로 완파하며 과거의 전북이 2014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세웠던 K리그 역사상 최다 무패 3위 기록과 동률을 만들었다.

만약 포항을 상대로도 패하지 않았다면 역대 2위 기록(2011년~2012년 전북·23경기 무패)과도 타이를 이룰 수 있었다. 고비를 넘기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면 역대 1위 기록인 33경기 무패(2016년 전북)를 한 경기 차로 넘어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스틸야드는 역시나 험난한 곳이었다. 포항은 리그 11골을 기록 중인 핵심 공격수 이호재가 빠졌음에도 강력했다. 경기 시작 12초 만에 조르지가 벼락 같은 선제골을 터트렸다. 그는 홍윤상이 센스 있게 흘려준 어정원의 패스를 잘 잡아둔 뒤 예리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전북도 그대로 무너지진 않았다. 전반 12분 김태현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티아고가 마무리하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포항은 전반 24분 박승욱의 전역 신고 득점과 전반 38분 조르지의 페널티킥 추가골을 앞세워 홈에서 '대어' 전북을 낚아올렸다. 조르지는 포항 입단 이후 첫 멀티골을 뽑아내는 겹경사를 맞았다. 

그 결과 전북의 끝날 줄 모르던 무패 행진도 막을 내렸다. 무려 168일 만에 패배의 쓴 맛을 보게 된 것. 지난달 포항 원정에선 0-2로 끌려가다가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3-2 대역전승을 거뒀지만, 이번에는 두 골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전북이 무패 행진을 시작했던 상대도 바로 포항이었다. 전북은 3월 16일 홈에서 포항과 2-2로 비기며 파죽지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22경기 무패 질주에 마침표를 찍은 상대도 포항이 됐다.

경기 전 "누군가는 전북의 무패를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던 다짐을 스스로 지킨 박태하 포항 감독. 그는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다. 이 자신감이 한층 밝은 분위기로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물론 전북도 이번 패배로 결코 좌절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전북은 여전히 압도적인 우승 후보 1순위이며 코리아컵 4강에도 올라있기에 5년 만의 '더블'도 노려봄직하다. 당장 오는 27일 강원과 준결승 2차전을 치러야 하기에 실망할 시간도 아깝다.

무엇보다 리그 22경기 무패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한 기록임이 틀림없다. 거스 포옛 감독 역시 "선수들이 긴 시간 무패를 이어나가며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했다. 졌다고 해서 크게 바뀌는 건 없다. 26경기 무패는 흔치 않다"라고 선수단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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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