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2연패를 향해 질주하는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의 행보에 청신호가 켜졌다. 안세영의 우승을 가로막을 수 있는 강력한 대항마 중 한 명이었던 왕즈이(2위·중국)가 16강에서 탈락했다.왕즈이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5 배드민턴 세계개인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인도의 푸살라 V. 신두(15위)에 0-2(19-21 15-21) 완패를 당해 탈락했다.이날 경기 전까지 4차례 맞대결해 2승2패로 상대 전적이 팽팽하긴 했으나, 최근 2경기에서 왕즈이가 모두 이긴데다 올해 왕즈이가 안세영 다음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던 만큼 왕즈이의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하지만 왕즈이는 1세트 19-17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에서 내리 4포인트를 뺏겨 충격적으로 1세트를 내줬다. 그 여파 때문인지 2세트에서도 왕즈이는 6-6까지 팽팽한 승부를 펼쳤으나 이후 내리 5포인트를 내줘 승기를 허용했고, 결국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왕즈이는 안세영이 결승에 오를 경우 맞상대가 될 것이 유력했던 선수였다. 통산 상대전적은 안세영이 13승4패로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고, 올 시즌에도 총 5번 만났는데 안세영이 모두 이겼다. 하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리 쉬운 승부는 없었다.

당장 올해 5번의 승부 모두가 결승 맞대결이었다.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안세영이 2-0(21-17 21-7) 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3월 전영오픈에서는 왕즈이가 1세트를 따냈음에도 안세영이 ‘부상 투혼’을 발휘해 2-1(13-21 21-18 21-18) 역전승을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5월 초 수디르만 컵 결승에서는 중국이 3승1패로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안세영이 왕즈이를 2-0(21-17 21-16)으로 잡아 한국에 유일한 1승을 안겼다. 그리고 6월 인도네시아 오픈 결승에서도 안세영이 1시간21분 혈투 끝에 2-1(13-21 21-19 21-15) 역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최근 대결이었던 일본오픈 결승 역시 안세영의 2-0(21-12 21-10) 완승이었다.하지만 7월말 열린 시즌 마지막 슈퍼 1000 대회인 중국오픈에서 안세영이 4강에서 부상으로 한웨(3위·중국)에 기권패했고, 결승에 오른 왕즈이는 한웨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안세영만 없다면 충분히 많은 대회를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안세영을 만나기도 전에 탈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