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한국이 이번 경기 승리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2포트를 차지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 주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9월 A매치 친선경기를 치러 멕시코와 2-2로 비겼다. 한국은 9월 미국 원정 2연전을 1승 1무로 마무리했다.

한국이 다소 아쉬웠던 조직력에도 중요한 순간 결정력을 발휘해 소중한 무승부를 챙겼다. 한국은 전반 초반 멕시코를 상대로 준수한 경기 운영을 펼치다가 전반 22분 라울 히메네스에게 헤더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제공권이 좋은 히메네스를 자유롭게 놔둔 게 실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래도 후반 들어 손흥민이 투입되며 공격에 활력이 돌았고, 한때 역전까지 성공하며 멕시코를 위협했다. 후반 20분 김문환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오현규가 등으로 떨궜고, 옆으로 흐른 공을 손흥민이 곧바로 왼발 슈팅으로 처리하며 골문에 공을 꽂아넣었다. 후반 30분에는 오현규가 떨궈준 공을 이강인이 잡은 뒤 수비 뒷공간으로 패스했고, 오현규가 오른쪽으로 가는 공을 잡아 중앙으로 몰고 온 뒤 오른발 슈팅 각도를 만들어 때린 공이 반대편 골대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4분 산티아고 히메네스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2-2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그럼에도 미국 원정에서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로 1승 1무를 거뒀다는 건 대표팀이 중요한 순간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무승부가 의미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월드컵 조편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48개국 체제로 개편된 이번 월드컵에서 포트 배정은 10월자 FIFA 랭킹을 기준으로 한다. 1포트는 개최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와 FIFA 랭킹 상위 9팀이, 2포트는 1포트에 포함되지 않은 FIFA 랭킹 다음 상위 12팀이 포함될 예정이다. 산술적인 계산으로는 21위까지 2포트에 드는 것인데 현재 멕시코가 14위, 미국이 16위에 있어 실질적으로는 FIFA 랭킹 23위까지 2포트에 포함될 걸로 예상된다.

한국은 이번 2연전을 통해 FIFA 랭킹 23위를 유지했다. 같은 날 치른 월드컵 남미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24위 에콰도르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한국이 멕시코에 패배했다면 에콰도르에 추월을 허용할 뻔했다. 하지만 한국이 멕시코와 비기면서 한국이 9월 추정치 1,590.02로 23위, 에콰도르가 1,588.04로 24위에 자리했다. 남은 기간 에콰도르도 친선경기밖에 남지 않아 근소한 랭킹 포인트 차이가 유지될 전망이다. 23위를 유지하면 안정적으로 2포트에 포함될 수 있다.

현재 23위 한국(1,590.02)을 추월할 만한 국가는 24위 에콰도르(1,588.04), 25위 호주(1,582.27), 26위 튀르키예(1,555.71) 정도다. 에콰도르와 호주는 한국과 차이가 적지만 앞으로 친선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튀르키예는 차이가 크지만 월드컵 유럽 예선을 치르고 있어 스페인을 상대로 승리한다면 단숨에 포인트를 크게 벌어들일 수 있다. 다만 이들이 남은 기간 모두 승리하더라도 한국이 전패를 당하지 않는다면 순위를 방어해낼 확률이 높다.

또 다른 변수도 남아있다.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팀들이 유럽 플레이오프로 떨어지는 경우다. 유럽 예선은 12개 조로 구성돼 각 조 1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각 조 2위는 본선행을 위한 플레이오프를 추가로 치러야 한다. 이때 플레이오프에 가는 팀은 FIFA 랭킹과 관계 없이 무조건 4포트에 배정된다.

현재 유럽 예선 결과대로라면 A조의 독일(FIFA 랭킹 11위, 조 3위), I조의 이탈리아(FIFA 랭킹 10위, 조 2위)가 잠재적인 후보다. 특히 이탈리아는 같은 조의 노르웨이가 5전 전승으로 극강의 모습을 보이는 데다 지난 맞대결에서도 패배를 맛봤기 때문에 2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이나 이탈리아가 플레이오프에 간다는 건 강팀이 4포트에 배정된다는 것이지만, 동시에 한국이 2포트에 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 9월 추정치 기준 FIFA 랭킹 (괄호는 랭킹 포인트) >

22위 오스트리아 (1,601.86)

23위 한국 (1,590.04)

24위 에콰도르 (1,588.04)

25위 호주 (1,582.27)

26위 튀르키예 (1,555.71)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