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한국 프로축구 역대급 악동이지만 재능은 재능이다. 한때 경남FC를 우승권으로 이끌고, K리그 최고 명문 전북현대에서도 활약했던 일본의 쿠니모토 타카히로가 주장 완장을 차고 랴오닝 테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팀은 사실상 중국 슈퍼리그 승격을 확정 지었다.

중국 매체 '소후닷컴'은 24일(한국시간) "랴오닝은 이번 라운드에서 승격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리그 막바지에 접어들며 승격과 강등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 갑급리그는 전 구단이 27경기씩을 치른 상태다. 남은 3경기를 앞두고 상위권과 하위권의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지난 라운드에서 칭다오 레드 라이온스(승점 13)가 강등을 확정한 가운데, 우승과 승격의 주인공 역시 거의 정해졌다.

랴오닝은 18승 7무 2패(승점 61)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충칭 통량룡(승점 55), 3위 광둥 GZ-파워(승점 53)와의 격차가 커 사실상 추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남은 경기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해도 자력으로 슈퍼리그 승격을 확정할 수 있으며, 심지어 광둥이 단 1경기라도 패하면 자동으로 승격이 결정된다. 사실상 랴오닝의 슈퍼리그행은 시간문제다.

이 놀라운 상승세의 중심에는 '캡틴' 쿠니모토가 있다. 그는 이번 시즌 리그 27경기 중 26경기에 출전해 3골 17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는 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도움 기록을 새로 쓴 대기록이다. 단순한 플레이메이커를 넘어 팀 전술의 핵심이자 정신적 리더로 자리 잡았다.

1997년생인 쿠니모토는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2017년 경남FC에서 K리그 무대를 밟은 뒤, 2020년 전북으로 이적하며 기량을 입증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음주운전이 적발되며 퇴출당했고, 국내 무대를 떠나야 했다.

그 후 그는 포르투갈 카사 피아, 말레이시아 조호르 다룰 탁짐을 거쳐 방황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2023년 2월 랴오닝으로 이적한 뒤 완전히 달라졌다. 주장으로 선임된 뒤 팀을 결집시키며 커리어의 제2 전성기를 열었다.

쿠니모토는 최근 일본 'Qoly 풋볼 웹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K리그 시절 사건을 언급하며 "그날은 속상해서 술을 마셨다. 훈련장 근처까지 대리운전을 불렀는데, 클럽 규정상 대리기사가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차를 옮기는 과정에서 일이 벌어졌다"고 회상했다.

실수의 대가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는 중국 무대에서 진정한 리더로 부활했다. 랴오닝의 역사적 승격이 확정된다면, 쿠니모토의 재기 스토리는 K리그 퇴출 이후 3년 만에 완성되는 완벽한 반전 드라마가 될 것이다.

한편, 쿠니모토가 속한 갑급리그는 1987년 갑급-A리그로 출범해 올해로 3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2023년부터 16개 구단이 홈 앤 어웨이로 총 30경기를 치르며, 리그 1위와 2위는 중국 슈퍼 리그로 승격하고, 리그 15위와 16위는 중국 을급 리그로 강등된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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