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이트]

나라는 쑥대밭인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스포츠계 온갖 잡다한 이슈에 콩팔칠팔 간섭하면서 한가하기 그지없다. 미국 연방정부가 37일째 셧다운(업무 정지) 상태에 빠졌건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야구선수 개인 사면 소식을 전화로 직접 통보하며 국정운영 우선순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백악관은 7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레전드 대릴 스트로베리가 과거 세금 포탈 및 마약 관련 유죄 판결로부터 사면됐다고 확인했다. 뉴욕 메츠와 뉴욕 양키스에서 월드시리즈 3차례 우승을 경험한 스트로베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집에서 수술 후 회복 중인 아내를 돌보다 트럼프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개인 사면에 일일이 전화까지"...미담이라고 생각하나

스트로베리는 17년 커리어 동안 8차례 올스타에 선정됐고, 통산 335홈런과 1,000타점을 기록했다. 메츠에서 252홈런을 때렸는데, 이는 '북극곰' 피트 알론소의 264개에 이어 구단 역대 2위다. 1986년 메츠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1996년, 1998년, 1999년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스트로베리는 현역 시절부터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팀 훈련에 지각을 반복했고, 동료 선수들을 공개 비난하는가 하면, 아내와 다투다 흉기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1995년에는 코카인 양성 반응으로 MLB로부터 60일 출장 정지를 받았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계약 조항을 근거로 그를 방출했다.

스트로베리는 1995년 세금 포탈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 사인, 개인 출연, 기념품 판매로 벌어들인 35만 달러(4억9,000만원)의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였다. 1999년에는 코카인 소지 및 성매매 알선 혐의로 21개월 보호관찰과 MLB 140일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2002년에는 보호관찰 규정 위반으로 플로리다 주 교도소에서 11개월간 복역했다. 범죄 종합 선물 세트나 다름없다.

이전에도 로즈·클레멘스·월드컵까지 개입

트럼프의 스포츠계 개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트럼프는 사망한 '안타왕' 피트 로즈의 사면을 예고하며 MLB에 명예의 전당 입성을 압박했다. 로즈는 도박 문제로 1989년 영구 제명됐지만, 트럼프의 압박 두 달여 만인 5월 MLB는 30년간 지켜온 원칙을 깨고 영구제명을 철회했다.

8월에는 '약쟁이' 로저 클레멘스와 동반 골프를 치고 나서 "클레멘스가 지금 당장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레멘스는 스테로이드 의혹으로 명예의 전당 입성이 좌절된 인물이다. 로즈는 도박꾼, 클레멘스는 약쟁이. 야구 역사에 오점을 남긴 인물들이지만 트럼프와 골프 한 라운드면 모든 게 용서되는 모양이다.

셧다운 37일, 공화당도 등 돌린 트럼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10월 1일 시작돼 37일째 이어지고 있다. 약 90만명의 연방공무원이 무급 휴직 상태이며, 140만명은 급여 없이 일하고 있다. 엉망진창 국정운영에 최근 열린 선거에서 뉴욕 등 거의 전 지역에서 공화당이 대패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충격적인 선거 패배 이후 공화당 인사들이 트럼프와 거리를 두며 '포스트 트럼프 시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연방정부가 파산 직전이고 군인들이 급여를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은퇴한 야구선수에게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어 사면 소식을 전하고, 야구계 퇴출 인사들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압박하며, 축구 시상식 무대를 차지하고, 월드컵 개최지 이전을 운운하는 데 여념이 없다. 나라는 망가지는데 대통령이 할 일이 스포츠계 잡다한 이슈에 참견하는 게 전부라니, 망가진 미국의 슬픈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