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연승 폭탄이 다시 류현진(38)에게 넘어왔다. 연패를 끊어야 하는 것만큼 부담이 크진 않겠지만 연승을 이어가야 하는 것도 은근히 부담이 간다. 천하의 류현진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6일 대전 삼성전을 5이닝 2실점으로 막고 한화의 8연승을 이끈 뒤 “저에서 연승이 끊기지 않길 간절히 기도했다. 이제 다음 폭탄은 (문)동주에게 넘어갔다”며 웃었다. 

앞서 지난달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류현진은 8연승 중에 등판했으나 6이닝 4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한화 역대 최다 8경기 연속 선발승 기록이 자신의 등판 날 깨졌고, 이후 팀의 연승이 이어지자 끊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류현진으로선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지난해에는 연승보다 연패일 때 등판이 훨씬 많았다. 연패 중 등판이 8경기나 됐고, 류현진 개인은 3승3패를, 팀은 4승4패를 기록했다. 올해는 연패 중 등판이 지난달 5일 대구 삼성전이 유일한데 당시 5이닝 4실점으로 패전 위기에 처했지만 문현빈의 연타석 홈런으로 역전승하며 팀이 4연패를 끊었다. 반면 팀이 연승 중인 상황에서 등판만 6경기나 된다. 류현진은 3승2패, 팀은 4승2패를 기록했다.

지난 6일 류현진이 넘겼던 8연승 폭탄은 다음날인 7일 삼성전에서 문동주가 6이닝 2실점으로 막고 9연승으로 이어갔다. 여세를 몰아 8~10일 고척 키움전도 한화가 싹쓸이했다. 첫 날 엄상백이 솔로 홈런만 4방을 맞고 3⅔이닝 4실점으로 강판됐지만 타선의 집중력으로 역전승했고, 이어 코디 폰세(6이닝 1실점), 라이언 와이스(8이닝 무실점)가 연속 선발승을 거뒀다. 

한화는 1999년 이후 26년 만에 10연승에 성공하더니, 1992년 전신 빙그레 시절 이후 26년 만에 11~12연승까지 내달리며 ‘13연승 폭탄’이 류현진에게 넘어왔다. 13일 대전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홈경기 선발투수로 13연승 사냥에 나선다. 

류현진은 올 시즌 8경기에서 46⅓이닝을 던지며 4승1패 평균자책점 2.91 탈삼진 38개 WHIP 1.10을 기록 중이다. 8경기 모두 5이닝 이상 던져 조기 강판이 한 번도 없다. 대량 실점이 잦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4실점 2경기가 최다로 2실점 이하로 막은 게 6경기나 된다. 

구속이 떨어지긴 했지만 날카로운 제구와 타이밍 싸움으로 건재를 알리고 있는 류현진은 수비 도움도 받고 있다. 올 시즌 류현진이 던진 46⅓이닝 동안 한화 수비는 단 하나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158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본인 실책 하나를 빼고 12개가 있었다. 9이닝당 0.68개의 실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는 유격수 심우준, 중견수 에스테반 플로리얼 등 수비가 좋은 선수들이 새로 합류하면서 류현진도 수비를 활용한 투구를 하고 있다. 땅볼/뜬공 아웃 비율이 1.54로 지난해(1.30)보다 땅볼을 더 많이 유도하고 있는데 심우준이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해줬다. 

그러나 13일 두산전은 큰 변수가 생겼다. 심우준이 사구에 의한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것이다. 지난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4회 손현기의 공에 왼쪽 무릎을 맞아 타박통으로 교체된 심우준은 12일 두 차례 병원 검진 결과 비골 골절로 약 2주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정상 훈련까지 약 4주의 시간이 걸리며 총 재활 기간은 2주 뒤 재검진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심우준은 올해 허리 통증 관리와 휴식 차원에서 7경기를 결장했지만 류현진 등판 날에는 8경기 모두 선발 유격수로 나섰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땅볼 유도를 잘하는 류현진 경기에선 수비 위주 라인업 가동하며 막는 데 집중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심우준 없이 던져야 하는 류현진이 한화의 13연승 연승 폭탄을 터뜨리지 않고 문동주에게 다시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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