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김진혁 기자 = 보이치에흐 슈쳉스니의 인생이 7개월 만에 180도 바뀌었다.

FC바르셀로나는 16일 오전 4시 30분(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위치한 에스타디 코르네야 엘 프라트에서 열린 2024-25시즌 스페인 라리가 36라운드에서 에스파뇰에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바르셀로나는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라리가 우승을 조기에 확정했다.

이날 우승으로 7년 만에 '도메스틱 트레블'(국내 대회 3관왕)을 달성했다. 비록 바르셀로나는 비록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인터 밀란에 발목을 잡히며 4강 탈락했다. 하지만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코파 델 레이에서 모두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바르셀로나 우승의 공신을 꼽자면 여러 선수가 있다. 대부분 라민 야말, 하피냐, 페드리,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등 공격 자원들에 주목할 것이다. 그러나 우승의 초석을 다질 수 있게 한 것은 35살 골키퍼의 은퇴 번복이었다.

1990년생 슈쳉스니는 폴란드 축구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다. 아스널, AS 로마를 거치며 성장했고 이후 유벤투스에서 기량이 만개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유벤투스 티아고 모타 감독은 슈쳉스니를 계획에 포함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여름 미련 없이 축구화를 벗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초반 골문에 비상이 걸렸다. 주전 골키퍼 마크 안드레 테어 슈테겐이 경기 도중 부상을 입었기 때문. 회복까지 무려 7~8개월가량 걸린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새로운 골키퍼가 필요했지만 이적시장이 끝난 상황이었기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은퇴 선언으로 인해 자유 계약(FA) 신분이었던 슈쳉스니에게 접근했다. 슈쳉스니도 바르셀로나 제안에 응하며 지난해 10월 은퇴 선언 석 달 만에 필드로 복귀했다.

슈쳉스니의 복귀는 개인에게도 팀에게도 모두 '신의 한 수'가 됐다. 점차 선발 자리를 꿰찬 슈쳉스니는 은퇴에서 돌아왔다기에는 믿기지 않은 컨디션을 보였다. 전성기 시절 보인 안정적인 선방 능력으로 바르셀로나 골문을 수차례 지켜냈다.

경기에 계속 나서며 트로피를 하나씩 수집한 슈쳉스니는 복귀 7개월 만에 완벽한 결실을 맺었다. 이날 에스파뇰전에도 선발 출전한 슈쳉스니는 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며 라리가 우승까지 달성했다. 7개월 만에 트로피 3개를 수집한 것이다.

경기 종료 후 팀원들과 우승을 자축한 슈쳉스니는 커다란 시가를 피우며 웃어 보였다. 평소 애연가로 유명한 슈쳉스니다. 골키퍼가 특수한 포지션인 만큼 활동량이나 심폐지구력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지만, 한 개인으로서 건강에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금연에 실패했고, 눈에 띄지 않은 곳에서 계속 담배를 펴왔지만, 이날만큼은 당당하게 라커룸 한복판에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우승의 기쁨을 즐긴 후 바르셀로나와 동행을 결정해야 할 슈쳉스니다. 경기 종료 후 그는 "구단은 내가 잔류하길 바라지만, 나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고 기다리고 싶었다. 남은 경기는 뛰지 않고 집중하고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다"라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계약 갱신을 수락한다면, 다음 시즌에는 교체 골키퍼로 뛰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새로운 상황이다. 다음 시즌 교체 자원이 돼 테어 슈테겐을 응원하고 돕는다는 생각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내 결정은 거기에 달려 있지 않다. 오직 가족 문제다"라며 은퇴 가능성도 어느정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