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팀이 2-19 대패를 당했는데 환하게 웃은 선수가 있었다. 애슬레틱스 포수 조니 페레다(29)가 그 주인공으로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를 삼진 처리하는 평생의 추억을 남겼다. 

페레다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다저스와의 원정경기에 팀이 2-16으로 크게 뒤진 8회말 투수로 출장했다.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마크 캇세이 애슬레틱스 감독은 투수 소모를 아끼기 위해 페레다를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해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한 번, 올해 애슬레틱스에 와서 3경기째 투수로 나선 페레다는 김혜성에게 좌측 1타점 2루타를 맞는 등 1이닝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김혜성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오타니 상대로 잊을 수 없는 순간도 남겼다. 초구 시속 62.9마일(101.2km) 느린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페레다는 2구째 볼 이후 3~4구 연속 파울로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이어 5구째 시속 89.4마일(143.9km) 포심 패스트볼을 바깥쪽 높게 던졌다. 1~4구 연속 느린 공을 본 오타니는 기습적인 패스트볼에 배트를 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파울팁 삼진. 

이날 시즌 14~15호 연타석 홈런을 폭발한 오타니를 상대로 잡은 삼진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삼진을 잡는 순간 1루 덕아웃의 애슬레틱스 선수들이 박수를 쳤고, 페레다도 환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삼진 잡은 공을 애슬레틱스 덕아웃에 전달했고, 경기 후 페레다의 손에 넘어와 기념구 보관 케이스에 들어갔다. 

‘MLB.com’은 ‘애슬레틱스 로스터에 있는 선수 25명은 다저스에 2-19로 대패한 이날 경기를 빨리 잊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페레다는 아니다’며 오타니 상대로 삼진 아웃을 뺏어낸 페레다를 조명했다. 

본인이 직접 사인을 내서 마지막 포심 패스트볼로 승부한 페레다는 “삼진을 잡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맞붙어 보고 싶을 뿐이었다. 오타니는 내가 상대하고 싶은 유일한 타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오타니 같은 선수를 삼진 잡는 것은 정말 어려운데 야수인 내가 그를 삼진 아웃시켰다. 정말 웃긴 일이다”며 웃은 뒤 “오타니가 타구를 가운데로 보내지 않길 바랐다. 그렇게 쳤다면 난 아마 죽었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타구 속도가 워낙 빠르기로 유명한 오타니라 페레다는 투수 정면으로 향할 강습 타구를 두려워했다. 이에 공을 던진 후 마운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캇세이 애슬레틱스 감독은 “페레다의 커리어 내내 기억할 일이다”며 축하했고,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오타니가 야수한테 삼진을 당했다”며 웃었다. 

오타니에게 삼진을 잡은 야수는 페레다가 처음은 아니다. 2022년 9월6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속이었던 내야수 코디 클레멘스(미네소타 트윈스)는 당시 LA 에인절스전에서 팀이 0-9로 뒤진 8회 투수로 나섰고, 오타니를 4구째 시속 68.4마일(110.1km) 아리랑볼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클레멘스는 삼진 잡은 공을 기념구로 챙겼고, 오타니는 이 공에 ‘What a nasty pitch!(아주 지저분한 공이었어)’라는 글과 함께 사인을 남기는 이색 선물을 하면서 화제가 됐다. 

한편 베네수엘라 출신 우타 포수 페레다는 2013년 4월 시카고 컵스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한 뒤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지난해 마이애미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꿈을 이뤘다. 지난 1월 마이애미에서 양도 지명(DFA) 처리된 뒤 애슬레틱스로 현금 트레이드됐다. 올 시즌 백업 포수로 13경기를 뛰며 타율 1할8푼8리(32타수 6안타) 1타점을 기록 중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