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잘하는 거 전혀 놀랍지 않다"

애리조나 선발투수 메릴 켈리는 지난 주말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체이스 필드에서 만난 MHN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와서 잘하는 거 전혀 놀랍지 않다. 그럴줄 알았다"며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켈리는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선수 중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통할 것 같은 선수를 꼽아달라'는 MHN 질문에도 곧바로 "이정후"를 선택했다. 그만큼 이정후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것.

이정후에 대한 켈리의 믿음이 확고한 것은 둘의 과거 맞대결 결과에서 기인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정후는 한국프로야구(KBO)리그에서 뛸 때 전 SK(현 SSG) 투수였던 켈리를 상대로 타율 0.467(15타수 7안타) 5타점으로 강했다. '천적' 수준이었다. 그리고 이런 강점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에도 계속됐다.

둘은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경기에서 7년 만에 다시 맞대결을 펼쳤고, 이정후는 이날 또 다시 켈리를 상대로 타율 0.333(3타수 1안타)로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켈리는 이에 대해 "나도 과거에 한국에서 뛸 때와 비교하면 많이 다른 투수가 되었다. 이정후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나를 상대로 안타를 치며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켈리는 이어 "샌프란시스코 원정경기에서 이정후를 상대로 안타를 맞은 구종이 체인지업이었다"며 "내가 원했던 곳으로 잘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정후가 그걸 안타로 연결하는 걸 보고 다시 한 번 더 그가 좋은 타자라는 걸 느꼈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프로야구 SK에서 뛰었던 켈리는 그곳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2019년 현 소속팀 애리조나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메이저리그 7년차 베테랑이 된 켈리는 20일 기준 빅리그 통산 58승 46패 평균자책점 3.7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도 5승 2패 평균자책점 3.26으로 순항하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장기계약은 몰라도 지금의 페이스라면 3~4년 대형계약은 가능하다. 

켈리에게 'FA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냐'고 묻자 "아직까지는 그런 것 없이 시즌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며 "내가 관리할 수 없는 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집중해서 최선을 다한다면 시즌이 끝난 뒤에 좋은 일이 생기지 않겠냐"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운동 스케쥴 때문에 필드로 나간 켈리는 캐치볼과 롱토스 그리고 포수를 앉혀 놓고 약 30개의 공을 던진 뒤 단거리 반복 달리기를 하며 땀을 흘렸다. 바쁜 와중에도 켈리는 한국 팬들을 위해 손가락 하트와 함께 "고맙고, 사랑한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사진=메릴 켈리, 이정후©MH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