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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한 호수비' 이정후 "모든 행운이 우리에게 왔다"
[도쿄=뉴시스]문채현 기자 =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17년 만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이라는 기적을 썼다.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펼친 한국은 목표했던 WBC 8강 진출을 이뤘다. 그리고 주장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그림같은 호수비로 한국을 구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최종 4차전에서 호주에 7-2로 승리했다.
'5점차 이상, 그리고 2실점 이내 승리'라는 조건에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최종 호주전에 나선 한국은 극적으로 임무를 완수, 17년 만에 WBC 8강에 올랐다.
경기 후 대표팀의 주장 이정후는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정후는 "정말 모든 기운이 우리에게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호주를 잡으며) 저희에게 또 한 번 기회를 줬고, 또 오늘 우리가 이기는 상황에서 선공을 했기 때문에 그것도 정말 행운이 컸다고 생각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상상도 하기 싫은 상황이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박)해민이 형이 잘 달려줬고, 상대 유격수가 실수도 해줬다. 정말 많은 것에 행운이 깃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1점을 내면 호주가 1점을 따라잡는 긴박한 흐름이었다.
한국은 실점 마지노선인 2점을 내준 가운데 9회초 1점을 추가하며 득점 최소치인 7점을 달성한 채 9회말에 들어갔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3개였다.
8회 위기를 막은 조병현(SSG 랜더스)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고, 그는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후속 크리스 버크에겐 볼넷을 내줬다.
장타 하나면 8강 진출이 무산되는 위기. 릭슨 윙그로브는 조병현의 타구를 받아쳐 타구를 외야로 멀리 날렸다.
그리고 이때 이정후의 호수비가 빛났다. 우익수로 포지션을 옮긴 이정후는 빠르게 내달려 슬라이딩해 타구를 낚아챘다. 승기가 한국으로 넘어온 순간이었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2스트라이크가 되고 우중간 쪽으로 수비 위치를 옮겼는데, 그것도 행운의 여신이 도와준 것 같다. 무조건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공이 약간 조명 빛에 들어갔는데, 그때도 행운이 따른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점 한 점이 소중한 만큼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이정후는 "분위기 처지거나 그런 거 없이 '한 점 줘도 어차피 우리가 7점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계속 있었다. 또 마지막에 실점을 내고 수비에 들어갔을 땐 살면서 오늘이 제일 떨렸던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선수단,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공을 돌리면서도 조병현의 활약을 콕 집어 언급했다.
이정후는 "솔직히 병현이가 제일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중압감도 정말 컸을 텐데 마지막에 멀티 이닝을 막아줬다는 것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현이는 아직 엄청 어리고, 앞으로 한국 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다. 오늘 이런 경기를 마무리해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병현이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박수를 보냈다.
2023년 WBC 참사의 기억은 그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이정후는 2023년 대회 당시 맹활약을 펼치고도 호주, 일본에 패하며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정후는 "순간 '나는 참사의 주역일 수 있어도 왕조의 주역인 (류)현진 선배님도 계신다. 또 밑에 친구들은 새로운 왕조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운이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해민이 형, (고)우석이, (김)혜성이, 그렇게 국제대회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을 때 함께했던 멤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이렇게 경기 끝내줘서 너무 고맙다"고 미소 지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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