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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엉터리 대진표를 봤나? '미국-일본 결승에서 만나세요' 특별규정 논란...한국은 어차피 DR 이겨도 美 만날 운명

  •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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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지난달 중순 홈페이지에 게시한 대진표(bracket)에는 별표(*, **)가 붙은 특별 규정이 있었다. 내용은 이랬다.

'*미국이 8강에 오르면 금요일(3월 13일, 현지시각)에 휴스턴에서 경기를 한다. B조에서 1위를 하든 2위를 하든 상관없다.'

'**일본이 8강에 오르면 토요일(3월 14일)에 마이애미에서 경기를 한다. C조에서 1위를 하든 2위를 하든 상관없다.'

이게 무슨 뜻이었을까. 미국과 일본이 준결승에서 '절대' 만날 수 없도록 한 장치였던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날 8강전을 치르니, 두 팀이 나란히 올라가더라도 준결승에서 만날 일은 없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을 결승에서 맞붙도록 아예 특별 규정으로 못을 박아 둔 것이다. 조별 라운드만 통과하면 서로를 만나지 않고 결승까지 갈 수 있도록 미국과 일본에 쉬운 통로를 마련해 준 셈이다.

조별 라운드는 WBC의 의도대로 됐다.

미국은 B조 2위, 일본은 C조 1위로 통과했다. 미국은 A조 1위 캐나다와 14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9시 휴스턴 다이킨파크에서 8강전을 펼친다. 일본은 D조 2위 베네수엘라와 15일 오전 10시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격돌한다.

미국이 8강전을 통과하면 같은 날 오전 7시30분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리는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8강전 승자와 준결승에서 만난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 15일 오전 4시 다이킨파크에서 벌어지는 푸에르토리코와 이탈리아의 8강전 승자와 준결승을 치른다.

한국의 입장만 따져보자. 만약 일본을 제치고 C조 1위로 8강에 올랐어도 D조 2위 베네수엘라를 만나는 게 달라질 뿐 준결승에서 미국과 맞부딪히는 건 똑같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도미니카공화국은 D조 1위로 8강에 올랐지만, 준결승에서 또 다른 우승 후보 미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미니카공화국은 D조 2위가 됐더라도 8강전서 또 다른 우승 후보인 일본을 만나는 운명이었다.

나머지 18개국은 미국과 일본을 위한 들러리들인 셈이다.

세상의 어떤 스포츠에도 이런 대진표는 없다. FIFA 월드컵도 팀간 전력을 따져 4개 그룹으로 묶어 조추첨을 할 뿐, 32강전 또는 16강전에 특정 팀 자리를 순위와 상관없이 미리 잡아놓지는 않는다.

미국과 일본은 WBC의 양축이다. 흥행과 돈벌이에 두 팀 만한 파워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이번에 광고 효과를 노리고 WBC와 파트너 마케팅, 즉 스폰서십 계약을 한 기업은 150곳이 넘는다고 한다. 주요 9곳이 대부분 일본 기업들이다.

산업엔지니어 기업인 IHI, 녹차제조판업체인 En, 일본 항공(Japan Airline), 글로버비디오게임업체인 코나미(KONAMI), 다국적제약회사인 코와(Kowa), 일본 최대 은행인 미츠비시그룹이 WBC와 손을 잡았다. 미국 기업으론 풋웨어브랜드 뉴밸런스가 참여했다. 일본이 결승까지 가려면 미국을 피해야 하고, 일본 기업들의 홍보 효과가 극에 달한다. 지극히 비즈니스 측면의 대진표라고 보면 된다.

2023년 WBC 때는 조별 라운드가 끝난 뒤 8강전 대진을 수정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WBC가 대회 직전 배포한 대진표를 보면 일본이 8강에 진출할 경우 B조 순위에 상관없이 도쿄돔에서 열리는 8강전 2번째 경기(게임2, 16일)를 하도록 돼 있었다. 미국도 8강에 올라가면, C조 순위와 관계없이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8강전 2번째 경기(게임4, 19일)를 치른다고 규정을 달아놨다.

이후 대진은 8강전의 게임1 승자와 게임3 승자가 4강전에서 만나고, 게임2 승자와 게임4 승자가 또다른 4강전에서 맞붙도록 했다. 일본과 미국이 나란히 8강을 통과하면 준결승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WBC는 조별 라운드가 끝난 뒤 '미국이 8강에 올라갈 경우 순위에 상관없이 8강전 게임4에 배정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대진표를 바꿔버렸다. 즉 미국은 C조에서 멕시코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는데, 게임4가 아닌 게임3로 바뀌어 배정됐다. 결국 일본과 준결승에서 만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미국의 8강전 경기 날짜를 그대로 19일로 놔두면서 대진표만 바꾼 것이다. WBC는 중계 방송 때문이라는 핑계를 댔다.

준결승에서 미국은 쿠바를 14대2로 크게 눌렀고, 일본은 멕시코에 9회말 6대5의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대진표를 바꾼 '덕분에' 미국과 일본이 WBC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두 팀이 준결승에서 만날 수 없도록 특별 규정을 달아놓은 것이다. 논란을 나름대로 최소화하려고 한 것이다. 세련된 꼼수라고 해야 할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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