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대한민국 남자 중에서 군대에 안갈수 있는 길이 있는데 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있긴 하겠지만 소수일 겁니다. 최지만 선수도 그 중 한 명이고요"

전 메이저리거 최지만이 지난 15일 신병훈련소에 입소했다. 3주 교육을 마치고 나면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하게 된다.

최지만의 메이저리그 시절 그의 미국 에이전시였던 GSM 관계자는 22일(한국시간) MHN과 인터뷰에서 "최지만 선수가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했기에 그가 자랑스럽고, 멋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남자 중에서 나를 포함해서 군대에 안갈수 있는 길이 있는데 굳이 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있긴 하겠지만 소수일 겁니다. 최지만 선수가 그 중 한 명이고요. 그래서 그가 더 장하고, 자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관계자가 말하는 '최지만이 군대에 안갈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최지만은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시절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전성기 때 군대에 가는 것을 연장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그는 당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팬들에게도 이미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나는 때가 되면 대한민국 남자로 병역의무를 수행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지만 그 약속을 지켰다.

미국을 포함 해외영주권을 보유한 성인남자는 37세까지 해외에 체류하면 병역의무를 연기할 수 있다. 그리고 만 37세가 지나면 병역소집해제 대상이 된다. 즉, 병역의무가 소멸된다는 의미다. 최지만이 다른 뜻을 품고 37세까지 미국에 체류했다면 굳이 군에 안가도 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GSM 관계자는 "지난 2022년 시즌이 끝났을 때였다. 당시 시즌을 마친 최지만 선수와 함께 미국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는데 에릭 니안더 탬파베이 야구운영부문 사장의 전화를 받았다. 최지만 선수가 피츠버그로 트레이드 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트레이드 소식을 들은 최지만 선수가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고, 탬파베이를 떠나는게 아쉬워서 '나중에 코치로라도 탬파베이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니안더 사장에게 전하는 걸 내가 들었다"며 "니안더 사장도 '좋은 생각이다'라며 반색했다. 그리고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고 말했다.

그 조건은 다름 아닌 "지금 당장은 말고, 앞으로 오랜 시간 메이저리그 선수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낸 후에 탬파베이 코치로 오라.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것이었다. 니안더 사장은 탬파베이에서 절대적인 인물이다. 구단주 다음으로 팀 운영에 전권을 가진 최고위 실세다. 때문에 최지만이 한국으로의 유턴 대신 미국에 남고자 했다면 탬파베이 구단 코치진으로 합류할 수 있었다. 그렇게 37세까지 시간을 보내면 합리적으로 군대에 가지 안을 수 있었다.

최지만이 메이저리그 시절 약속을 지킨 일화는 또 있다. 마이너리그 시절 우연히 알게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소식을 전해 듣고, 그 학교 출신인 서길원을 LA 에인절스 구장에 초대해 시구를 하게해 준 것은 물론, 그에게 장학금 2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충주성심학교에는 농아인으로 구성된 야구부가 있었고, 이는 영화 '글러브'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을 받던 루키였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안하면 나중에 못할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빅리그 데뷔시절 등번호와 자신의 이름을 딴 '초이51(choi51.com)' 재단을 설립해 한미양국에서 매년 꾸준한 기부와 자선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까지 누적기부액만 10억을 넘겼다.

최지만은 군복무 후 한국프로야구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나이를 고려할 때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쉽지 않은 병역의무를 약속대로 지켰다는 것이다. 안갈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좋은 선례로 남아 오랜 시간 박수받을만 하다. 

사진=최지만©MH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