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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정신 엿 바꿔먹었나" "벤치에 마이크 설치해야" 승부조작급 사태 터진 KBL, 팬들은 바보가 아니다
[더게이트]
팬들을 우롱하고 스포츠 정신을 팽개친 추태에 대한 KBL의 징계는 고작 500만 원이 전부였다. 고의 패배 의혹을 산 SK와 상대팀 정관장, 그리고 KBL이 스스로 한국 농구의 가치를 바닥으로 쳐박았다.
'서로 네가 이겨라' 발연기 대결…프로 농구 맞나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각본 있는 드라마였다. 수준 높고 재미있는 드라마는 결코 아니고 삼류 드라마에 가까웠다. 승패가 관계없는 팀과 이기면 안 되는 팀이 비주전 선수들로 채운 코트에서 맞붙었으니 어느 쪽도 진정으로 이길 의지는 없었다. SK는 득점 1위 자밀 워니를 비롯해 김낙현, 최원혁, 최부경, 김형빈 등 주축 선수 대부분을 내보내지 않았다. 정관장도 박지훈, 변준형, 김종규, 김영현 등이 출전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서로 '지고 싶은 건 아니지만 딱히 이기고 싶은 건 아니야'를 주제로 한 발연기 경쟁이 펼쳐졌다. 수비 측은 상대를 막을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고, 공격하는 쪽도 득점하려는 의지 없이 무의미한 패스와 비효율적인 공격으로 일관했다. 만약 이게 의도된 게 아닌 진짜 양 팀의 실력이라면 프로라고 부르기 민망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과거 모 예능 프로그램식으로 '우리가 득점하면 상대 점수가 올라가는' 규칙으로 경기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보통은 없는 힘도 쥐어짜서 전력을 다하게 마련인 마지막 4쿼터가 절정이었다. 마지못해 하는 듯한 수비와 하는 시늉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격이 거듭됐다. 2분 23초엔 SK 이민서가 팀파울 상황에서 의미 없는 파울로 역전 자유투를 내줬다. 1분 17초에는 턴오버 후 수비 전환도 제대로 안 하다가 정관장 주현우의 속공 득점을 허용하며 65대 65 동점이 됐다. 프로 레벨 경기에서 팀파울이 쌓인 상황에 파울하는 선수, 턴오버 뒤 슬렁슬렁 뒷걸음질로 백코트하는 선수를 봐야 하는 팬들은 무슨 죄인가 싶은 장면이었다.
4쿼터엔 SK 이민서가 장거리 3점슛을 넣고선 득점을 올린 선수가 지을 법한 표정과는 한참 거리가 먼 오묘한 표정을 짓는 게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그게 기쁨이나 뿌듯함의 표현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와 난감할 때 그 비슷한 표정을 짓는다.
가장 가관인 건 65대 65 동점 상황, 경기 종료 13초 전 SK 김명진의 자유투였다. 자유투 2개를 시도했지만 둘 다 림을 외면했다. 특히 두 번째 슛은 백보드에 강하게 맞은 뒤 림에도 닿지 않는 에어볼이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막 농구를 시작했을 때 나올 법한 장면이 프로 선수 자유투에서 나왔다. 시투하러 온 연예인이나 지역 정치인도 이것보다는 더 림에 가깝게 던진다. 물론 신인이라 너무 긴장했거나, 100% 실력인데 운이 나빴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은 없다.
팬들은 바보가 아니다
농구 팬들은 바보가 아니다. 도저히 프로 레벨처럼 보이지 않는 경기에 온라인 상에서 비난 여론이 폭주했다. "스포츠 정신을 엿과 바꿔먹었다", "저건 불성실 경기가 아니라고 할 수가 없네", "한국 농구는 이래도 굴러가는 것 보면 진짜 대단해" 같은 거친 말들이 높은 공감을 받았다. "이제 시즌 마지막 경기는 벤치에 마이크 설치해 둬야겠다", "멀쩡한 주전급 선수 앉혀두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 아니냐"는 반응도 쏟아졌다. 미디어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을 의식한 듯 SK 구단은 "경기를 고의로 패배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마지막에 조금 아쉬운 모습이 있었던 건 있지만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오히려 매를 버는 해명이었다. 전희철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는데, 뭐가 논란이 되고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니 정말로 잘못했다고 생각하긴 하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재정위원회를 개최한 KBL은 "감독과 구단이 충분히 소명했으나, 일부 오해의 여지가 있다는 부분이 인정되기에 이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고 결론 내렸다. 불성실 경기인지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어쨌든 오해를 샀으니 징계한다는 식이다. 이번 사안을 2017년 3월 고양 오리온과 전주 KCC의 경기와 유사하다고 보고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오리온은 이승현, 문태종, 김동욱 등 핵심 선수를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비주전 선수 위주로 기용했다. KBL은 4쿼터에 외국인 선수를 전혀 기용하지 않은 오리온이 규약 제17조(최강 선수의 기용 및 최선의 경기)를 위반했다는 판단 아래 제재금 500만 원과 구단 경고를 내렸는데, 이번에도 잣대는 똑같았다.
KBL의 관대한 처분은 미 프로농구 NBA의 태도와 선명하게 대조된다. NBA는 올 시즌 유타 재즈가 올랜도 매직, 마이애미 히트와의 경기에서 라우리 마르카넨과 재런 잭슨 주니어를 4쿼터에 결장시킨 것을 문제 삼아 50만 달러(약 7억 2000만 원) 벌금을 부과했다. 선수를 아예 뺀 게 아니라 4쿼터 출전 시간을 줄인 것만으로도 이 정도 철퇴를 내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NBA 커미셔너 애덤 실버는 드래프트 지명권 몰수까지 포함한 강도 높은 추가 제재 방안을 이사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사람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고의성 입증에 한계가 있다는 건 NBA도 안다. 그래도 입증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강하게 단속하고, 제도 자체를 바꿔 아예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반면 KBL은 2017년이나 9년 뒤인 2026년이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KBL의 잘못된 신호...상대팀 고르려고 무성의 경기 해도 된다?
이번 KBL의 제재는 앞으로 플레이오프를 앞둔 팀들에게 좋은 팁이 될 수 있다. 봄 농구에서 까다로운 상대를 피하고 싶으면 2진급 선수들로 선발진을 짜고, 외국인 선수와 에이스를 벤치에 앉히고 경기에 임해도 된다. 올스타전식 수비와 불필요한 파울로 일관하고, 자유투를 눈 감고 던지듯 해도 큰 탈이 나지 않는다. 재정위원회에 나가서 '고의는 아니다'라고 소명하면 500만원과 경고 수준에서 끝난다. 9년 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는데 다음에 그러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과거 승부조작 사태로 리그 존폐가 위협받는 경험을 한 리그치고는 놀라울 만큼 무신경하고 한가로운 태도다. 과거 프로농구 슈퍼스타 출신 지도자부터 리그 간판 스타까지 수많은 이들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징계를 받고 자격을 잃었다. 불성실 경기도 제대로 제재하지 못하는 리그가, 만약 코트에서 고의적인 승패 조작이 이뤄졌을 때 제대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대응에는 최고의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쟁하는 좋은 농구를 보려고 코트를 찾은 팬들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
미디어데이에서 이유 모를 눈물을 보인 전희철 감독은 "선수들은 플레이오프에만 집중해달라"고 했다. SK는 12일부터 소노와 6강 플레이오프를 시작한다. 참고로 과거 고의 패배 논란을 일으켰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일부러 져가면서 고른 상대 롯데 자이언츠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줬다. 그리고 그로부터 무려 18년이 지난 뒤에야 다시 우승할 수 있었다. 만약 농구의 신이 존재해서 이번 사태를 내려다봤다면, 알아서 적절한 처분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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