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구본혁 없었으면 죽었어요."

LG 염경엽 감독이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구본혁을 칭찬했다. 내야 3개 포지션에서 수준급 수비력을 보여주는데다 이제는 방망이까지 무시할 수 없는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구본혁은 이미 2루수와 유격수 2개 포지션에서 100이닝 이상 출전했다. 2루수로 23경기(선발 18경기) 147⅓이닝을, 유격수로 20경기(선발 12경기) 110이닝을 막았다. 3루수로도 18경기(선발 8경기) 70⅓이닝을 소화했다. 이대로라면 3개 포지션에서 전부 20경기 이상 선발 출전하면서 각각 100이닝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구본혁 없으면 큰일'은 표현이 거칠기는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염경엽 감독은 27일 한화전을 앞두고 돌아올 자원이 있는 투수진보다 주전들이 잔부상을 겪고 있는 야수진에 대한 걱정이 많다면서 "많은 선수들이 잔부상을 아직 갖고 있다. 정상적인 상태로 경기하는 선수가 많지 않아서 조마조마하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구본혁 없었으면 죽었다. 본혁이가 없으면 일단 라인업 채우기가 힘들다. 수비가 안 된다. (LG는)수비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선발이 괜찮으니까 지키는 야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LG의 우승을 이끌었던 2023년에도 '슈퍼 백업'의 덕을 봤다. 당시 김민성(롯데 자이언츠)이 1루수와 2루수, 3루수와 유격수 4개 포지션에서 모두 100이닝 이상 출전하며 내야의 빈틈을 채워줬다. KBO가 수비이닝을 공개하고 있는 2001년 이후 한 시즌 내야 4개 포지션에서 100이닝을 넘긴 유일한 선수가 바로 김민성이었다.

올해는 구본혁에 대한 기대가 컸다. "구본혁과 송찬의는 퓨처스 팀 안 보낸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이정도로 잘할 줄은 염경엽 감독도 몰랐다. 구본혁은 27일까지 타율 0.276, OPS 0.721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1일 삼성전부터 14경기 연속 안타다.

LG는 구본혁 외에도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들이 여럿 있어 주전 라인업의 틀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돌려막기'가 된다. 27일에는 3루수로 문보경 대신 이영빈이 출전했다. 염경엽 감독은 이영빈의 3루 수비에 대해 "아직은 나도 불안하다"며 웃었다. 그래도 "김일경 코치가 엄청나게 훈련을 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다 불안해 보이다가 성장하는 거다"라고 했다.

또 "(이영빈은)지금 자신감에 불이 붙었다. 이때 경기에 나가야 승부가 된다. 자신감 있을 때 한 경기라도 더 내보내고, 그러다 실패를 경험하면 더 훈련하고 퓨처스 팀도 다녀올 수도 있다. 그럴 때 문정빈이 1군 와서 경험하고 그렇게 로테이션이 돼야 한다"고 했다.

신민재는 다시 중견수까지 수비 포지션을 늘릴 예정이다. 염경엽 감독은 "올해는 신민재가 중견수로 꽤 많이 나갈 거다. 구본혁이 좋아져서 박해민이 쉴 때 신민재가 중견수로 나가는 경우가 있을 거다. 우리는 큰 구장을 홈으로 쓰기 때문에 수비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구본혁이 2루수로 나가더라도 기계적으로 신민재를 빼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주전 중견수 박해민도 이런 분위기에 큰 자극을 느낀다. 27일 경기 후 박해민은 "지금 수비를 못하면 자리를 뺏기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은퇴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공수 양쪽에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