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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최악투' KIA 구세주, 왜 짜증나고 분했을까…"때려 부쉈으면 부쉈지, 진짜 운 적 없어요"

  • 202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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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그러면 안 되지만, 사실 그냥 때려 부쉈으면 부쉈지 진짜 운 적도 없고 때려 부수지도 않았어요."

KIA 타이거즈 마무리투수 성영탁은 올해 구세주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시즌 초반 150세이브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흔들려 2군에서 재정비할 때 성영탁이 뒷문을 지켜준 덕분에 KIA 마운드는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성영탁은 세이브 12개를 챙기며 KIA의 핵심 불펜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성영탁이 무너졌다. 9-4로 앞선 9회말 등판해 0이닝 4안타(1홈런) 2볼넷 5실점에 그쳤다. 선두타자 샘 힐리어드에게 초구 투심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던져 우월 솔로포를 허용한 게 시작이었다. 성영탁은 구위로 KT 타선을 전혀 압도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성영탁은 2024년 10라운드 전체 96순위로 KIA에 입단해 한번도 실망스러운 투구를 펼친 적이 없었다. 지난해 52⅓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했고, 올해도 KT전에 무너지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1.78을 기록하고 있었다. 5실점은 성영탁이 데뷔한 이래 최다였다.

KIA는 급히 김범수로 투수를 바꿔 수습해 보려 했지만, 끝내 9대10으로 끝내기 패했다. 성영탁이 눈물을 훔치는 듯한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성영탁은 큰 충격을 받긴 했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눈물은 오해였다.

성영탁은 "우는 스타일이 아니고, 운다고 해도 저기 구석 가서 혼자 울지. 그러면 안 되지만, 사실 그냥 때려 부쉈으면 부쉈지 진짜 운 적도 없고 때려 부수지도 않았다. 그때 (한)재승이 형이 진짜 좋은 말을 갑자기 많이 해주셔서 그냥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5실점 이후 성영탁은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날만 기다렸다. 다시 공을 던지는 것 외에는 분을 풀 방법이 없어 보였다. 21일 수원 KT전 등판 대기를 자청했지만, 이동걸 투수코치의 거절로 무산됐다.

성영탁은 "코치님께서 안 된다고 하셔서 내가 문자로 '됩니다'라고 했더니 코치님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푹 쉬고, 화요일 등판을 준비하라고 하셨다. 또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까"라고 뒷이야기를 들려주며 멋쩍어했다.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정신없이 얻어맞은 첫 경기였다.

성영탁은 "던지면서 정신을 못 차린 경기는 아마 그 경기가 처음인 것 같다. 점수를 주더라도 아웃카운트를 잡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경기는 진짜 뭔가 계속 물 흐르듯이 안타를 맞고 KT 타자들도 집중력이 좋아서 거기서 내가 진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성영탁은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7-2로 앞선 9회말 무사 1, 2루 위기에 등판했다. 성영탁은 김범수의 책임주자 한 명을 불러들이긴 했지만, 1이닝 1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아 7-3 승리를 지켰다.

성영탁은 "잘 끝내긴 했지만, (김)범수 형 주자로 한 점을 줘서 만족은 못할 것 같다. 등판할 때는 '못 던지겠다' 이게 아니라 조금 짜증이 났다. 조금 분한 마음으로 올라갔다. (이)동걸 코치님께서 마무리투수는 언젠가 한번 그런 경기가 나온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렇게 크게 나올 줄은 몰랐다. 그래도 코치님께서 잘 다독여 주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감독님께서도 오늘(23일) 마지막에 믿고 올려 주셔서 잘 회복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5실점 경기가) 많이 도움됐다. 초구에 홈런도 거의 한 2번째 정도 맞은 것 같고, 안일하게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5점차라 마음이 편안한 상황이지만,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경험을 했다. 컨디션은 못 던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두 번째(김민혁 12구) 세 번째(류현인 10구) 타자한테 공을 너무 많이 던져서 거기서 흔들렸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키움전 무실점 투구로 아픈 기억은 다 털어냈다.

성영탁은 "경기를 잘 끝냈다는 것 자체로 리프레시가 된 것 같다. 한번 무너졌을 때 멘탈이 진짜 중요한 것 같다. (정)해영이 형이 대단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고, 마무리를 몇 년 동안 했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마무리는 빨리 잊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고척=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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