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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골프’ 조롱받는 한국 여자골프, 부진에는 이유가 있다
(시사저널=김경무 스포츠 칼럼니스트)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 'US여자오픈 챔피언십'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5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다. 1998년 '맨발 투혼'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박세리의 우승을 시작으로 유독 한국 선수들이 이 대회에서 강세를 보여, US오픈이 아니라 '코리아오픈'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던 대회로 우리 가슴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설 수 있는 교두보가 된 대회이기도 하다.
US오픈, 최혜진 공동 4위 '체면치레'…작년엔 톱10에 한 명도 없어
특히 8년 전인 2017년 대회 때는 그 절정을 과시했다. 당시 박성현 등 한국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자신 소유의 골프코스에서 열린 이 대회를 직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악했을 정도다. 아마추어 국가대표로 만 18세인 고교 3년생 최혜진이 최종 4라운드 후반 한때 공동선두로 나서자,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US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십 년 만에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무척 흥미롭다"는 글을 올리며 한국 선수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LPGA투어 1년 차로 24세이던 박성현이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해 세계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LPGA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일궈낸 박성현은 "구름 위를 떠다니고 있는 기분"이라고까지 했다. 당시 이 대회에서 최혜진 준우승, 유소연·허미정 공동 3위, 이정은 공동 5위 등 1~5위가 모조리 한국 선수들이었고, 톱10 안에 무려 8명이 한국 선수였던 만큼 미국 본토에 던진 충격파는 어마무시했다.
그때까지 한국 및 한국계 선수들은 2017 시즌 세 차례 메이저대회 우승(유소연·대니엘 강·박성현)을 모조리 석권한 것도 모자라, 세계랭킹에서도 유소연 1위, 전인지 5위, 박인비 7위, 양희영 9위, 김세영 10위 등 5명이 톱10에 들 정도였다. 한국여자골프의 위세는 정말 하늘을 찌를 듯했다.
특히 US여자오픈만 봐도 1998년 박세리를 시작으로 2005년 김주연, 2008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2013년 박인비, 2015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2019년 이정은, 2020년 김아림까지 모두 10명의 한국 선수가 11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쯤 되면 왜 US오픈이 코리아오픈으로 불렸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제 그런 한국 선수의 전성시대는 가고 없다. 지난해 US여자오픈 때 한국 선수들은 단 한 명도 톱10에 들지 못해 한국여자골프의 추락을 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된 것이다. 5월29일부터 6월1일까지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에서 열린 제80회 US여자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를 고진영이 공동 13위(1언더파)로 시작하면서 이미 우승은 한국 선수들의 손을 떠난 상황이었다. 경쟁국 일본은 다케다 리오, 시부노 히나코, 사이고 마오 등 3명이 공동 3위로 출발했고, 미국은 LPGA 최고 스타 넬리 코다가 6위로 출발했다.
결국 대회 마지막 날 스웨덴의 마야 스타르크가 최종합계 7언더파로 우승한 가운데, 최혜진이 막판 힘을 내 공동 4위(4언더파)로 마치면서, 한국은 간신히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코다가 준우승을 했고, 일본은 3명이 10위 안에 들었다. 총상금 1200만 달러, 우승상금 240만 달러(약 33억원)가 걸린 US여자오픈은 한국 선수들이 거액의 상금과 명예를 노려볼 만한 대회다. 그래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까지 총 25명의 한국 선수가 이번에 출전했다.
한때 세계랭킹 1위였던 고진영과 올해 LPGA에 진출한 장타자 윤이나는 공동 14위에 그쳤다. 윤이나는 마지막 날 이글 2개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으나 아직도 미국 코스에 적응하지 못해 데뷔 첫 우승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회엔 그나마 김효주와 임진희의 공동 12위가 한국 선수 중 최고 성적표였다. 한국 선수가 US여자오픈 톱10에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1998년 박세리 우승 이후 처음이었기에 특히 그 충격은 컸다.
올해도 황유민, 유현조, 노승희, 마다솜, 김수지, 배소현 등 KLPGA투어 강자들이 대거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어려운 핀 위치와 매우 빠른 그린스피드 등 악명 높은 코스를 이겨내지 못했다. 대회 초반에는 한국 선수들의 상승세가 돋보여 5년 만의 우승에 대한 기대도 부풀렸다. 김아림과 임진희가 공동선두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전원 톱10 밖으로 밀려났다.
2000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US여자오픈을 비롯해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옛날처럼 독보적인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상대적인 게임입니다. 과거에는 한국여자골프 선수들만 열심히 연습했어요.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 선수들은 다른 것 할 것 다 하면서 골프를 했고요. 그게 상대적으로 차이를 만들었고, 한국 여자선수들이 잘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태국이나 일본, 미국 선수들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골프 환경이 우리보다 훨씬 좋은데 열심히 하기까지 하니, 한국 선수들만 잘할 수는 없는 거죠. 경쟁이 치열해진 겁니다."
"미국 가면 힘들고 몸 상하는데 왜 가겠어요"
오랫동안 골퍼 후원을 담당해온 한 매니지먼트 대표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우리 선수들 요즘은 굳이 LPGA 무대에 진출할 동기부여가 잘 안됩니다. 선배들이 다 이뤄놔서 할 게 없어요. 옛날에는 LPGA에서 우승하면 지상파 아침 뉴스에도 나오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나고 그랬는데 이제 그러지 않죠. 상대적·절대적으로 동기가 약해진 게 한국 여자골프의 LPGA에서의 부진 이유입니다. 정점기를 찍었다가 지금은 하향기인 셈이죠."
국내에서 KLPGA투어를 호령하는 간판스타 중 박현경과 이예원 등은 이번 US여자오픈에 가지 않았다. 33억원의 우승상금이 욕심날 만도 한데, 굳이 체력과 비용을 소모해 가면서 코스가 어렵게 세팅된 미국 대회에 도전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이들은 국내에서 열린 KLPGA투어 'SH수협은행 MBN여자오픈'에 출전했다. 미국 대회에 나갔다 오면 시차 적응 등의 문제 때문에 그 대회 전후로 KLPGA투어 3개 대회는 뛰지 못하니 손해라는 점도 작용했다. 물론 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
KLPGA투어에서만 잘해도 많은 상금을 확보하고, 연예인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한국 선수들의 LPGA 도전정신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KLPGA투어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KLPGA투어는 올해 총 30개 대회가 예정돼 있고 총상금 규모도 325억원이다. 대회 평균 상금액은 10억7000만여원이다. 국내 대회에만 충실해도 실력파들은 적지 않는 상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예원은 올해 벌써 3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지난 5월말 현재 7억7796만원으로 KLPGA 시즌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대회에만 충실해도 10억원 이상 거액의 상금을 거머쥘 수 있는 셈이다. 한 골프 전문가는 "김수지나 황유민 같은 선수는 미국 투어로 나가려고 하고 있지만, 요즘 선수들 대다수의 사고방식은 다르다"면서 국내파들에 대해 "비닐하우스(온실) 골프"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국내 투어가 좋으니 미국 투어에 가지 않는 겁니다. 잘 치는 선수들은 특히 그렇죠. 미국 투어에 가면 힘들고 몸 상하는데 왜 가겠어요."
LPGA투어에 진출하면 대회 출전을 위해 엄청난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등 체력적 부담도 크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해외생활 적응에 따른 어려움도 있다. 과거의 선수들은 그럼에도 꿈의 무대인 LPGA투어에 도전장을 많이 냈지만 요즘 세대는 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박인비와 유소연 등 간판스타들이 은퇴하고 김세영, 전인지 등이 아직 LPGA투어를 뛰고 있으나 전성기를 지난 상태이고, 이들 뒤를 이을 선수들이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세대 교체 실패로 볼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이 US여자오픈 등 LPGA투어를 호령하는 시대는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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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별 팀순위
순위 | 팀 | 경기 | 승 | 무 | 패 | 승점 |
---|---|---|---|---|---|---|
1 | 리버풀 | 38 | 25 | 9 | 4 | 84 |
2 | 아스날 | 38 | 20 | 14 | 4 | 74 |
3 | 맨시티 | 38 | 21 | 8 | 9 | 71 |
4 | 첼시 | 38 | 20 | 9 | 9 | 69 |
5 | 뉴캐슬 | 38 | 20 | 6 | 12 | 66 |
6 | 에스턴 빌라 | 38 | 19 | 9 | 10 | 66 |
7 | 노팅엄 | 38 | 19 | 8 | 11 | 65 |
8 | 브라이턴 | 38 | 16 | 13 | 9 | 61 |
9 | 본머스 | 38 | 15 | 11 | 12 | 56 |
10 | 브렌트포드 | 38 | 16 | 8 | 14 | 56 |
11 | 풀럼 | 38 | 15 | 9 | 14 | 54 |
12 | 펠리스 | 38 | 13 | 14 | 11 | 53 |
13 | 에버튼 | 38 | 11 | 15 | 12 | 48 |
14 | 웨스트햄 | 38 | 11 | 10 | 17 | 43 |
15 | 맨유 | 38 | 11 | 9 | 18 | 42 |
16 | 울버햄튼 | 38 | 12 | 6 | 20 | 42 |
17 | 토트넘 | 38 | 11 | 5 | 22 | 38 |
18 | 레스터 시티 | 38 | 6 | 7 | 25 | 25 |
19 | 입스위치 | 38 | 4 | 10 | 24 | 22 |
20 | 사우샘프턴 | 38 | 2 | 6 | 30 |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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