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한국전 패배가 벌써 나흘 전의 이야기인데, 이라크가 겪는 후폭풍은 식을 줄 모른다. 이번에는 선발 명단 유출 논란에 따른 색출이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아놀드 감독이 이끄는 이라크는 6일 새벽(한국 시간) 바스라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졌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B그룹 9라운드 홈 한국전에서 0-2로 완패했다. 이라크는 후반 18분 김진규, 후반 37분 오현규에게 연거푸 실점하며 무너졌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이날 이라크 원정 완승을 통해 10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B그룹 최종 라운드 쿠웨이트전 결과와 상관없이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월드컵 본선 11회 연속 진출이라는 금자탑도 덤으로 쌓았다.

반면 이라크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패배로 이라크는 11일 새벽 3시 15분 암만 국립경기장에서 예정된 B그룹 최종 라운드 요르단전에서 이겨도 월드컵 본선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내심 월드컵 본선행을 바랐던 이라크로서는 4차 예선에서 또 살 떨리는 승부를 해야 하는 이 상황이 굉장히 불편하다.

객관적 전력상 한국에 비해 한 수 아래라 할 지라도 그들이 승리를 고집했던 이유이자, 경기 후 여러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미 이라크는 요르단 원정을 떠나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아쉽지만 한국전 패배를 잊고 3차 예선 유종의 미를 거두며 10월에 있을 4차 예선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전 패배에 따르는 이슈는 그칠 기미가 없다.

이미 경기 전후로도 논란이 되었던 이라크의 한국전 선발 명단 유출 이슈 때문이다. 사실 경기 전 소셜 미디어상에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었다. 보통 양 팀의 선발 명단은 경기 60~90분 사이에 공개된다. 비단 A매치만 그런 게 아니라 프로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날 이라크의 한국전 선발 명단은 경기 서너 시간 전에 나왔다. 이라크 축구 매체 <마흐라드 알 쿠라>의 소셜 미디어에 한국전 킥오프 세 시간 전에도 이 명단이 나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라크의 선발 명단을 보고 맞춤 전략을 짰는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그 선발 명단 유출이 승부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경기 전에 미리 자신이 가진 패가 다 드러났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이라크축구협회(IFA)가 분노하는 이유다.

이라크 방송 <알 아라비야 스포츠>에 따르면, 살람 알 마나세르 이라크축구협회 대표팀 미디어 코디네이터는 "우리는 유출된 라인업의 출처를 조사 중이며, 신원이 확인되는 즉시 영구 출입 금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선수나 선수단 스태프가 아닌 이상 공식적으로 공개하기 전에는 절대로 외부에서 알 수 없는 명단이 소셜 미디어상에서 떠돌았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이라크 축구 매체 <이라크스트라>의 소셜 미디어에 의하면 호주 출신 그레이엄 아놀드 이라크 감독 역시 이 사안에 대해 알고 있으며, 팀 기강에 대한 문제에 극히 실망했다고 한다. 외부에서 한국이라는 강적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내부의 적'까지 있었으니 이라크의 패배는 필연적 결과였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이라크축구협회(IFA)·<마흐라드 알 쿠라>·<이라크스트라> 소셜 미디어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