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대전 이정원 기자] "115구까지도 던질 수 있는데."

한화 이글스 투수 엄상백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선발로 나왔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4년 최대 78억을 받는 조건으로 KT 위즈를 떠나 한화 유니폼을 입은 엄상백은 이날 경기 전까지 10경기 1승 5패 평균자책 5.82로 아쉬움을 남겼다.

5월 15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2이닝 7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5실점으로 이적 후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이때 엄상백의 평균자책점은 6.68까지 올라갔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2군행 통보를 받았고, 2군에서 2경기 던지며 컨디션을 체크했다. 1391일 만에 2군 경기 등판이었던 5월 21일 국군체육부대(상무)전에서 3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5월 27일 고양 히어로즈전에서는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5월 3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1군 복귀전을 치렀다. 5이닝 8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2실점으로 성공적인 복귀전을 가졌다. 6월 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패전 투수가 되긴 했지만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9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1회 출발은 불안했다. 정수빈, 오명진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고 양의지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이어 김재환의 땅볼 때 오명진이 홈을 밟으면서 1회에만 2실점. 김동준과 제이크 케이브를 연속으로 삼진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2회부터는 안정적이었다. 선두타자 이유찬을 146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잠재웠다. 박준순도 자신의 손으로 처리했고, 김민헉은 커브를 활용해 헛스윙 삼진으로 돌렸다. 3회 역시 정수빈과 오명진을 삼진으로 요리했고, 양의지도 뜬공 처리. 8타자 연속 범타 처리에 성공했다.

4회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2루타를 내주며 연속 타자 범타 처리가 끝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김동준을 좌익수 뜬공, 케이브를 2루 땅볼, 이유찬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에도 1사 이후 볼넷 출루를 허용했지만 정수빈과 오명진을 각각 1루 땅볼, 삼진으로 넘겼다.

2-2로 팽팽한 6회초 엄상백은 마운드를 내려왔다. 5회까지 투구 수 90개. 한두 타자 더 상대할 수도 있었지만 한화 벤치는 빠르게 불펜진을 가동했다. 승리 투수의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5이닝 4피안타 1사사구 9탈삼진 2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엄상백이 잘 버틴 덕분에 한화도 3-2 승리를 챙기며 스윕에 성공했다.

엄상백은 2군에 다녀온 이후 3경기 1패 평균자책 3.38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사구는 단 3개에 탈삼진은 19개를 잡고 있다. 최근 두 경기 연속 9탈삼진으로 시즌 초반보다 확실히 컨디션이 올라온 모습이다.

경기 후 엄상백은 "1군 말소 후 기술적인 것보다 마인드적으로 바꾸려 했다. 너무 잘하려고 했다. 두산전도 1회 2점을 주고 쭉 갔는데, 원래 그랬던 것이 그동안 안됐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5회 위기를 막고 오랜만에 짜릿했다. 6회에도 던지고 싶어서 코치님께 부탁을 드렸는데 코치님이 끊어주셨다. 115구까지는 던질 수 있는 체력이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다음 경기에서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엄상백은 지난 4월 18일 대전 NC 다이노스전(5이닝 7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이 올 시즌 유일한 승리다. 두 달 가까이 승리가 없지만, 팀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엄상백은 "개인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팀이 이겨 전혀 아쉽지 않다. 초반보다 컨디션이 점점 올라오고 있는데 상위권에 있는 팀에 누가 되지 않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엄상백이 자기 역할을 다 해주고 내려갔다"라고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