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 스펀(35·미국)의 어머니 돌리는 임신 8개월에도 의사의 허락을 받아 라운드를 나갈 정도로 골프를 좋아했다. 아들이 태어나자 선물로 플라스틱 골프 클럽을 사주었다. 아버지는 주차장에서 아들이 연습할 수 있도록 네트를 만들어 주었다. 스펀의 어머니는 조부모가 필리핀에서 이민 온 필리핀계다. 세 살 때부터 집에서 골프를 시작한 스펀은 정규 레슨을 받지 않았지만 뛰어난 골퍼로 성장했다. 신체 조건은 PGA투어 기준으로는 키가 작은 편인 173cm, 84kg. 장타는 아니지만 공을 정확하게 친다.

스펀의 최대 장점은 중간에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스펀은 당뇨병을 앓으면서도 147번째로 출전한 PGA투어 경기인 2022년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유일한 1승을 올린 선수다.

이런 스펀이 16일(한국 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125회 US오픈에서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 기록을 작성하며 첫 메이저 정상이자 PGA투어 2승째를 올렸다. 스펀은 감격한 표정으로 “늘 나의 한계를 생각하며 조금씩 더 좋은 골퍼가 되고 싶었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스펀은 지난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연장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도 풀었다.

이날 최종 라운드는 중간에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고 경기 막판까지도 공동 선두가 5명에 이르는 ‘혼돈의 US오픈’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오크몬트는 선수들의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깊고 질긴 러프와 단단하고 빠른 그린으로 홀이 거듭될수록 대부분 선수가 타수를 잃어갔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샘 번스(미국)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스펀은 전반에만 5개의 보기를 쏟아내며 무너졌다. 하지만 경기 중간 쏟아진 폭우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12번 홀(파5) 버디를 시작으로 7개 홀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특히 17번 홀(파4)에서 원 온에 성공해 투 퍼트로 버디를 잡았고, 18번 홀(파4)에서는 10여m 거리의 믿기지 않는 버디 퍼트에 성공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스펀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도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된 적이 있었다. 그때 경험을 살려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스펀의 최종 스코어는 1언더파 279타. 2위 로버트 매킨타이어(스코틀랜드)는 1오버파 281타였다.

스펀은 US오픈 우승의 영광과 함께 430만 달러(약 59억원)의 우승 상금을 받았다.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이 3위(2오버파)에 올랐다. 캐머런 영(미국)과 티럴 해턴(영국), 카를로스 오르티스(멕시코), 샘 번스(미국)가 공동 4위(3오버파)를 차지했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전 세계 1위 욘 람(스페인)이 공동 8위(4오버파)였다.

김주형이 공동 33위(9오버파), 김시우가 공동 42위(12오버파), 임성재가 공동 57위(16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