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한국야구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4할 타율에 도전하고 한 시즌 84도루를 성공시키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을 무너뜨렸던 서사. 이종범만이 갖고 있는 이야기였다. 이로 인해 '이종범 감독'을 열망하고 궁금해하는 KBO리그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종범은 쉽사리 감독 지휘봉을 잡지 못했다. 코치로서 단계별로 경험을 쌓고 해설위원으로서 활약을 해도 닿지 않는 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종범이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사령탑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시점이 문제다. '감독 이종범'의 낭만은 퇴색됐고 시즌 중도에 그만 둔 '코치 이종범'만 남았다.

kt wiz는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종범 코치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종범 코치는 kt wiz에서 퇴단을 하고 JTBC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사령탑의 지휘봉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강야구는 시즌 1,2까지 한국 예능 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큰 흥행을 했다. 하지만 최근엔 JTBC와 장시원 PD가 분쟁을 벌였고 장시원 PD가 이끌던 최강야구팀은 불꽃야구로 변경됐다. JTBC는 기존의 최강야구라는 이름으로 새 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KBO리그팬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새로운 스타가 필요했다. 특히 불꽃야구의 김성근 감독에게 대적할 '빅네임'이 절실했다. 결국 이종범 감독을 선택했다.

그런데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 현재는 2025시즌 중이고 올 시즌 역대급 순위경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kt wiz는 순위 경쟁의 한복판에 위치한 팀이다. 현재 6위인 kt wiz는 공동 1위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와도 5경기차 거리에 있었다. 지금부터가 진정한 승부처였다. 그런데 타격코치였던 이종범 코치가 최강야구 이종범 감독으로 둔갑했다.

이는 신뢰의 문제이다. 1시즌간 한 팀의 코치를 맡았으면 그 시즌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금까지의 관례였고 상식이었다. 시즌을 마친 후 감독 등 더 높은 직책으로 제의가 온다면 팀을 옮기는 것이 예의였다.

선수들에게도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전날까지 이종범 코치에게 조언을 받고 시즌의 방향성을 고민했던 야수들은 코치 변경으로 인해 갈피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시즌 중에 이러한 변수를 만들어낸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

사실 이종범은 한국야구에서 누구도 지니지 못한 위상을 갖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한국야구 최고의 슈퍼스타였고 2010년대와 2020년대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아버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감독 이종범' 카드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야구를 들썩이게 만들 수 있는 흥행카드였다.

그런데 시즌 중 코치 이탈, 예능프로그램 감독 부임으로 모든 게 퇴색됐다. 가장 설레야 할 '감독 이종범' 카드가 상처만 남게 됐다. 실제로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의 수많은 야구팬들은 이종범 감독의 이번 선택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슈퍼스타가 감독이 되는 일. 야구팬들에게 가장 기대되는 사건이다. 하지만 JTBC 최강야구의 이종범 감독은 설레지 않는다. 시기를 잘못 고른 탓이다. 아쉬운 선택을 내린 이종범 감독과 JTBC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