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그들에게 '신의 한 수'가 남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으로는 이종범 전 코치와 그를 예능 프로그램 감독으로 영입한 제작진 모두 외통수에 걸린 것 같다. 당장 시청자가 돼야 할 야구 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종범 전 코치에게 삶의 터전이었던, 제작진에게는 프로그램의 동반자가 됐어야 할 야구계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kt 위즈 구단은 27일 이종범 전 코치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는 한 종합편성프로그램의 야구 예능 프로그램에서 감독직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중 퇴단이 유례 없는 사건은 아니다. 당장 두산에서는 이승엽 전 감독이 사임한 뒤 박석민 타격코치 또한 팀을 떠났다. 박석민 코치는 이승엽 감독과 함께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종범 전 코치는 경우가 다르다.

이종범 전 코치는 올 시즌을 앞두고 kt의 외야수비와 주루를 담당하는 코치로 KBO리그 현장에 돌아왔다. 시즌 중에는 타격 파트까지 맡았다. 얼핏 팀에서 다양한 임무를 맡은 중요한 코칭스태프로 보이지만 kt는 이종범 전 코치가 떠난 뒤 그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사실 이종범 전 코치는 위대한 선수였지만 지도자 변신 후 어떤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kt의 이번 조치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 있다.

kt가 이종범 전 코치의 선택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구단은 만류했지만 이종범 전 코치가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27일 kt 관계자는 "이종범 코치가 이번 주 초 감독님을 비롯해 구단과 면담을 나누고 퇴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강철 감독은 이종범 코치의 이탈에도 이번 사건이 큰 전력 공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가 지났지만 이종범 전 코치를 성토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이종범 전 코치, 그리고 그를 감독으로 영입한 제작진은 이런 상황을 예상이나 했을까. 예상했다면 놀랍고, 그렇지 않다면 안타깝다.

이종범 전 코치는 프로야구 현장으로 돌아올 다리를 스스로 걷어찬 모양새가 됐다. 이승엽 전 두산 감독이 예능 프로그램 사령탑 경험을 거쳐 KBO리그로 돌아온 사례가 있지만 보편적인 경우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유일한 사례였고, 그마저도 좋은 결말은 아니었다. 이승엽 전 감독은 재임 기간 내내 코치 경험이 없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이종범 전 코치는 여러 팀에서 다양한 보직을 맡아왔지만 그렇다고 전문성을 확실히 인정받았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예능 프로그램 감독으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더라도 전 소속팀과 작별하는 방법이 틀렸다. 어떤 팀이나 선배 야구인이라도 그를 현장에 다시 데려오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제작진은 '불꽃야구'에 빼앗긴 화제성을 되찾았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야구 팬들에게 부정적인 첫인상만 남겼다. 경쟁 프로그램과의 법적 공방은 다음 문제고, 당장 예비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거부감을 갖게 됐다. 제작진의 계획도, 이종범 전 코치의 결정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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