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좀 일찍 얘기해주고. 긴장 안 하게 하주고.”

KIA 타이거즈는 6월까지 팀 타율 0.257로 리그 5위였다. 그러나 팀 대타 타율은 0.299로 1위다. 순위보다 대타 타율이 3할에 육박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운 수준이다. 보통 대타타율은 2할5푼만 돼도 ‘잘 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벤치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타석에 들어가 안타를 치는 게 상상 이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타가 나갈 땐 대부분 강한 투수를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 투수가 강해서 경기가 안 풀릴 때 대타 작전을 쓸 확률이 높다. 아니면 아예 스코어가 크게 벌어질 때 대타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타자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KIA의 대타 작전은 좀 다르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데 이범호 감독이 나름대로 세심하게 대타 작전을 운용한다. 현재 KIA는 주축멤버 상당수가 부상과 부진으로 없다. 2군에서 올라온 멤버들이 플래툰으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다. 확실한 주전이 없다 보니, 대타사용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그런데 그 결과가 좋은 경우가 많았다. 6월 승률 1위(15승2무7패)의 원동력 중 하나가 대타다.

KIA에 전통적 대타 강자가 있긴 하다. 지난달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마치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눈물로 표현해 큰 화제를 모은 좌타자 고종욱이다. 고종욱은 올해도 대타 성공률 5할을 자랑한다. 아직 표본은 적지만, 현 시점에서 올 시즌 50% 이상의 대타 성공률을 기록 중인 KIA 타자만 6명(김도영, 이창진, 최형우, 김규성, 고종욱, 한승택)이다.

이범호 감독은 1일 광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몇 번 타순에 대타가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 놓는다. 스타팅보다 대타로 나갈 때 확률 높은 선수들이 있다. 데이터를 통해 어떤 선수가 좀 더 확률이 높은지 순번을 매겨놓고, 스타팅으로 안 나가는 선수들에게 언제 어느 타순에 들어갈 것 같다고 미리 인지를 시켜준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적어도 한 이닝 전에는 미리 대타 출전 가능성을 통보한다. 너무 갑자기 준비하는 것보다, 미리 통보를 받아야 연습스윙도 하고, 이미지트레이닝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범호 감독은 “바로 얘기하는 것보다 조금 일찍 얘기해 놓으면 된다. 찬스가 안 걸리면 다음에 들어가자고 하면 된다. 1이닝 정도는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이 1이닝 전에 미리 대타 기용 가능성을 통보하면, 선수들이 알아서 잘 준비한다. 이범호 감독은 “어떤 투수가 들어올 것인지에 대해서 체크를 할 수 있다. 또 땀이 난 채로 타석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다. 실내에서 미리 치는 선수들도 있다. 몸을 많이 푼다. 그러다 보니 대타로 확률이 높지 않나 싶다”라고 했다.

대타도 강인한 멘탈, 긍정적 멘탈이 중요하다. 이범호 감독은 “배포가 큰 선수들이 잘 친다. 그래서 종욱이가 많이 쳐줬다. (한)준수나 (김)석환이도 좋다. 일찍 얘기 좀 해주고, 들어가기 전에 긴장 안 하고 만들어주는 그 정도”라고 했다.

KIA는 1일 경기서 대타로 경기흐름을 바꿔야 할 순간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7월에도 대타의 마법이 계속될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