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 타이거즈 우완 이도현이 프로 입단 3년 만에 처음 밟은 1군 마운드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이도현은 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66구 4피안타(1피홈런) 5볼넷 1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66구를 던지면서 볼이 34개로 더 많을 정도로 제구가 좋지 않았다. 직구(43개)에 체인지업(16개), 커브(7개)를 섞었다. 직구 구속이 최고 148㎞, 평균 140㎞로 그리 위력적이지 않은데 변화구도 밋밋해 1군 타자들을 상대하기는 버거워 보였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외국인 에이스 제임스 네일에 이어 아담 올러까지 휴식을 취하게 하면서 대체 선발투수 2명이 급히 필요했다. 네일의 빈자리를 이미 김건국으로 채운 상황. 김건국은 3~4이닝 정도 기대할 수 있는 투수라 불펜 소모가 불가피하다. 올러의 대체자마저 짧은 이닝 투구밖에 안 되면 불펜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란 판단 아래 이도현을 선택했다.

이도현은 휘문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 62순위에 지명돼 KIA 유니폼을 입었다. 2군에서 계속 담금질만 했던 상황. 이 감독은 지난달 28일 이도현을 1군 엔트리에 등록해 일단 1군 분위기를 익히게 했다. 지난달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이도현이 불펜 피칭을 진행할 때는 이 감독이 바로 옆에 서서 지켜보기도 했다. 구위를 직접 확인하는 동시에 데뷔전을 앞두고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이도현은 올해 퓨처스리그 12경기에서 3승3패, 49⅓이닝, 평균자책점 8.94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적표는 아니지만, 2군에서 꾸준히 선발투수로 경기당 100구씩 던질 수 있는 스태미나를 키웠다는 점에서 선택을 받았다.

이 감독은 "퓨처스리그에서 잘 던지는 선수보다 퓨처스에서 공을 많이 던진 선수를 택했다. 100구까지는 항상 던져줬고, 퓨처스리그에서 50이닝 정도 던졌다. 평균자책점은 높았지만, 잘 던질 때는 7이닝도 던졌다. 지금 퓨처스에서 대체 선발투수가 올라와서 2~3이닝 이렇게 던지면 불펜이 6이닝을 끌고 가야 한다. 100구까지 계속 던진 선수 중에 택했고, 던지는 것도 한번 봤다.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도현은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회 최지훈을 헛스윙 삼진, 에레디아를 중견수 뜬공으로 잘 처리해 놓고 최정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한유섬에게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허용해 2사 2, 3루 위기. 고명준에게 중견수 왼쪽 2타점 적시타를 내줘 0-2가 됐다.

이도현은 실점 뒤에도 빠르게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2사 1루 박성한 타석 때 폭투로 1루주자를 2루로 보내고, 박성한도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1, 2루 위기에서 안상현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급한 불을 껐다.

KIA 위즈덤이 1회말 SSG 선발투수 김광현에게 좌월 솔로포를 뺏으면서 1-2로 거리를 좁혔다.

이도현은 득점 지원을 받으면서 부담을 덜었는데도 여전히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1사 후 정준재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다음 최지훈 타석 때 또 폭투를 저질러 2루로 보냈다. 최지훈도 볼넷.

1사 1, 2루 위기에서 SSG가 이중 도루를 시도한 게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 2루주자 정준재가 런다운에 걸리면서 아웃. 1루주자 최지훈만 그사이 2루에 갔다. 2사 1루로 바뀐 가운데 에레디아를 포수 앞 땅볼로 처리하면서 이닝을 넘겼다.

3회초 결국 이도현은 큰 한 방을 허용했다. 선두타자 최정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한유섬에게 우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볼카운트 0B1S에서 던진 주무기 체인지업이 한유섬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렸다. 비거리 125m 대형 홈런. 점수는 1-4로 벌어졌다.

결국 KIA는 예상보다 빨리 불펜을 가동하게 됐다. 4회초 수비를 앞두고 우완 김민주를 마운드에 올렸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