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은 3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 홈경기 연장 10회초 구원 등판해 ⅔이닝 4사사구(3볼넷 1몸에 맞는 공)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한화는 정규 이닝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연장 10회초 마무리 김서현을 냈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김서현은 선두타자 김휘집을 초구에 맞혀 내보냈다. 뒤이어 서호철을 3구 만에 중견수 뜬공, 김형준을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쉽게 마무리 짓는 듯했다.

그러나 2사 후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한석현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계속해 빠져 볼넷이 됐고 김주원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초래했다. 양상문 한화 1군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방문해 다독였지만, 권희동에게 직구만 4개 던져 밀어내기 볼넷을 주고 6-7 역전을 허용했다.

김서현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다행히 베테랑 김범수가 올라와 박민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 이닝을 끝내고, 연장 10회말 한화가 1점을 내 패전 요건은 지웠다. 한화와 NC 두 팀은 연장 11회에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4시간 40분의 혈전을 7-7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김서현의 강한 승부욕이 오히려 다음 등판을 기대케 했다. 중계화면에 잡힌 김서현은 더그아웃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모자의 모양이 망가질 정도로 움켜쥐었다. 좀처럼 자신을 향한 분노를 참지 못한 듯, 모자를 몇 번이고 움켜쥐며 땀을 훔쳤다.

스스로 부족함을 아는 어린 마무리다. 계속 불안함을 노출하는데도 한화 팬들이 열광하고 그의 실패에 응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서현은 지난달 28일 인천 SSG전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 뒤에 누가 없다는 압박감이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다. 위험한 순간에 변화구로 승부를 하는데 야수 선배님들께 도움을 정말 많이 받는다. 솔직히 아직 보완할 점이 정말 많다"고 말하며 마음을 재차 다잡곤 했다.

이런 김서현의 향상심이 한화 구단 최연소 한 시즌 20세이브와 1위의 원동력이 됐을지도 모른다. 김서현은 타선이 강하지 못한 리그 1위 팀의 마무리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40경기 1승 1패 1홀드 20세이브, 평균자책점 1.63, 38⅔이닝 45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19, 피안타율 0.205로 훌륭하게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다.

김서현은 이날 피칭으로 지난해 38⅓이닝을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앞으로의 등판은 그에게 매번 새로운 도전이다. 과연 한 차례 시련을 맛본 아기 독수리는 다음 등판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