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확실히 전성기가 지난 것일까. 그래도 잘 던졌는데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케이시 켈리(36, 리노 에이시스)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수터 헬스파크에서 열린 2025 마이너리그 트리플A 새크라멘토 리버 캣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3볼넷 2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켈리는 KBO리그 LG 트윈스에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163경기서 73승46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LG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투수였고, 최장수 외국인선수였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였다. 켈리와 LG에서 단 1년 반 정도 함께한 염경엽 감독조차 자신이 본 모든 외국인선수 중 최고라고 했다.

LG는 그런 켈리에게 송별식을 제대로 했고, 켈리는 올 시즌을 앞두고 LG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자택이 스코츠데일이어서, LG 시절 스코츠데일 전지훈련 기간에는 출퇴근을 했다.

켈리는 LG를 떠난 뒤 신시내티 레즈와 곧바로 마이너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2경기에 나갔다. 올 시즌에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마이너계약을 체결했다. 아무래도 고향팀이고,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스코츠데일과 가까운 피닉스를 홈으로 쓰는 것까지 감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켈리가 애리조나 마운드를 밟지 못하는 실정이다. 트리플A 리노 에이시스에서 실적을 못 내기 때문이다. 켈리는 이날 퀄리티스타트를 하고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을 안았다. 올 시즌 15경기서 1승4패 평균자책점 5.53이다.

36세로 적지 않은 나이에, 인상적이지 않은 성적까지. 어지간해선 애리조나의 콜업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만약 켈리가 콜업을 받으면 흥미로운 그림이 만들어지긴 한다. 현재 애리조나의 간판 선발투수 역시 메릴 켈리이기 때문이다. 그 켈리는 SK 와이번스의 2018년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메이저리그 역수출 신화의 원조다.

애리조나에서 켈리와 켈리가 만나는 그림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켈리는 LG 시절 막바지부터 이미 구위가 뚝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켈리의 포심과 싱커는 줄곧 90~92마일 수준이었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섞었다. 날리는 공이 적지 않았으나 행운도 따랐고, 스트라이크를 많이 구사하면서 좋은 투구를 했다.

어쨌든 이 정도 패스트볼 스피드로 빅리그에 어필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단, 변수는 있다. 올해 애리조나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셀러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메릴 켈리가 주요 트레이드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럴 경우 애리조나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지나면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들을 수급해 로스터 재편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따지면 켈리에겐 운명의 7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