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이)우성아 내려가면 자리 없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이우성(31)이 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1군에 복귀했다. 이우성은 6월5일을 끝으로 무려 1개월만에 1군에 돌아왔다. 그러나 이우성은 이날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경기 후반 한 차례 타석에 들어간 게 전부였다.

올 시즌 53경기서 148타수 34안타 타율 0.230 2홈런 15타점 11득점 OPS 0.671 득점권타율 0.200. 작년 후반기에 햄스트링을 다치고 돌아온 뒤부터 계속 흐름이 안 좋다. 결국 이우성은 6월 초에 2군에 내려가면서 이범호 감독으로부터 가장 무서운 얘기를 들었다.

프로선수에게 '자리 없다'라는 말보다 무서운 말이 있을까. 이범호 감독은 9일 경기를 앞두고 “2군에서 너무 잘 치고 있으니까. 그 전부터 잘 치고 있으니 올리려고 했는데 뭐 자리가 있어야 올리죠. 우성이한테도 내려가면 자리 없으니까 열심히 하라고 그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이범호 감독은 “내려갈 때는 안 좋아서 내려간 것이니까 ‘한 며칠 쉬고 올라오면 되겠지’라고 선수들이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상황서 (1군에)올라온 다른 선수가 잘 해버리면 올라올 수 있는 시간이 자꾸 밀린다. 그런 부분에서도 (이우성이)느끼고 있지 않을까. 잘 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실제 이우성의 좌익수는 오선우, 김석환, 이창진 등이 번갈아 볼 수 있다. 최원준도 이미 주전 중견수 타이틀을 김호령에게 내준 상태다. 우익수로도 고정 출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좌투수가 나오면 최원준도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주전 좌익수는 김석환이었다. 한화가 사이드암 엄상백을 선발로 내니 컨디션 괜찮은 좌타자 김석환이 자연스럽게 기회를 얻었다.

이우성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오선우와 김석환, 김호령이 엄청나게 성장했다. 끝이 아니다. 나성범이 후반기 시작과 함께 1군에 복귀한다. 우익수를 차지해버리면 외야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8월에 김도영이 돌아오면 패트릭 위즈덤이 1루로 돌아간다. 그러면 1루와 외야를 오가던 오선우도 외야로 고정돼야 한다. 즉, 이우성이나 최원준은 1군 엔트리 생존 자체가 화두가 된다.

이우성은 퓨처스리그 16경기서 58타수 23안타 타율 0.397 1홈런 12타점 OPS 0.921을 기록했다. 2군에서 펄펄 나니 이범호 감독으로선 안 올릴 순 없었다. 더구나 이우성은 늘 성실한 선수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 개개인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할 순 없는 노릇이다. 퓨처스리그에서 4할 가깝게 친 타자도 1군 복귀 첫날부터 벤치에 앉혔다.

KIA로선 매우 건전한, 바람직한 방향의 경쟁 시스템이다. 이우성으로선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극복하는 선수가 살아남는 법이다. 이범호 감독은 “지금 워낙 잘 하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도 한 타석 한 타석 잘 치고자 하는 게 보인다.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