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우승한줄 알았다."

일부러 시나리오를 만들려고 해도, 이렇게 극적일 수 있었을까.

한화 이글스가 기분 좋은(?) 승리를 따내며 8연승을 질주했다. 한화는 1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6대5 6회 강우콜드승을 거뒀다. 궂은 날씨에 힘들었지만, 투수도 아끼고 일찍 들어가 쉴 수 있는 가운데 승리까지 챙겼으니 '꿩 먹고, 알 먹고'였다.

하늘이 올해 한화의 우승을 보고 싶은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늘이 도운 승리였다.

초반부터 대접전. 3회까지 5-5로 양팀이 맞섰다. 전국이 비로 난리가 난 요즘.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상황. 수원도 위태위태했다. 하루종일 흐렸다. 언제 비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5회초 한화 4번타자 노시환이 우규민을 상대로 솔로포를 때려냈다. 이게 결승 홈런이 될 줄은 몰랐다. KT가 5회말 1사 2루 동점 찬스를 날렸는데, 정말 이닝이 끝나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클리닝 타임이 끝날 무렵, 비는 더욱 거세졌다. 심판진은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마운드와 타석쪽에 방수포를 덮자, 비가 줄었다. 선수들이 다시 나왔다. 그런데 선수들이 나오니 비가 거세졌다. 재중단. 이번에는 내야를 다 덮는 대형 방수포가 깔렸다. 힘들게 방수포를 깔았더니, 또 비가 줄어들었다. 심판진은 방수포를 걷으라 지시했다. 정말 힘들게 걷어내고, 6회초 경기에 들어갔다. 두 타자를 상대하고, 노시환이 타석에 있는데 또 엄청나게 굵은 비가 쏟아졌다. 약 1분 만에 내야 그라운드가 다 젖었다. 대형 방수포를 깔 틈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비는 홈팀 KT편이 아니었다. 오후 9시가 넘어, '쐐기비'가 세차게 내렸다. 주심이 나와 강우콜드를 선언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이 된 노시환은 "결승 홈런이 될 거라 생각도 못했다. 하늘이 도와줬다. 운이 너무 좋았다"며 기뻐했다. 노시환은 경기가 중단된 후 상황에 대해 "선수들도 들어가서 예보, 기상 레이더 등을 본다. (이)원석이형이 큰 구름 온다고, 절대 경기 못한다고 하더라. 결승 홈런이라고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말과 다르게 방수포를 걷었다. 원석이형은 계속 '시환아, 15분 있다 큰 거 하나 온다'고 했는데 나는 타석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그런데 갑자기 폭우가 내렸다. 원석이형이 다가와서 '형이 말했지?'라고 말하며 웃더라. 나도 마음의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노시환은 "심판께서 나오셔서 강우콜드 선언을 하는데, 나는 우리팀 우승한줄 알았다. 정말 난리 났다. 팀 입장에서 투수들도 아끼고, 내일 경기 준비할 시간도 생겨 정말 값지고 기분 좋은 승리"라며 당시 더그아웃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선발 와이스가 흔들리며 어려움이 있었지만, 활발한 공격력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수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