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우리 팀의 숨은 MVP다"

메이저리그 체질인 것일까. 작년까지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에릭 라우어(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메이저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라우어는 20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몬타리오주 토론토에 위치한 로저스 센터에서 2025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6이닝 2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7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성적은 15경기(9선발) 5승 2패 평균자책점 2.80이 됐다.

KBO리그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다. 라우어는 2024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KIA에 합류했다. 정규시즌 7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했다. 2024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을 작성, 패전투수가 됐다. KIA의 유일한 한국시리즈 패배다.

구위는 확실했지만 안정감이 부족했다. 9이닝당 탈삼진 비율(K/9)은 9.61개로 빼어났다. 하지만 볼넷 비율도 3.12개로 적지 않았다. 퀄리티스타트는 단 2개에 불과했다.

자연스럽게 KIA는 재계약을 포기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라우어는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트리플A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기회를 노렸다.

단숨에 자기 자리를 꿰찼다. 5월 빅리그에 콜업된 라우어는 롱맨으로 등판하며 평균자책점 0.96을 적어냈다.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 6월 12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부터 선발진에 합류했다.

이날 활약도 대단했다. 1회를 루킹 삼진-좌익수 뜬공-헛스윙 삼진으로 끝낸 라우어는 4회까지 한 타자도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3회 이정후와 첫 맞대결을 펼쳐 유격수 직선타를 유도했다.

첫 피안타는 홈런이었다. 5회 라우어는 선두타자 맷 채프먼을 파울팁 삼진으로 잡았다. 1-0 카운트에서 윌리 아다메스에게 던진 2구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렸다. 아다메스는 이를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라우어는 흔들리지 않고 케이시 슈미트를 루킹 삼진, 이정후를 1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6회 선두타자 루이스 마토스에게 2루타를 내줬다. 패트릭 베일리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마토스는 3루까지 진루. 엘리엇 라모스에게 우익수 뜬공을 유도, 아웃 카운트와 득점을 맞바꿨다. 라파엘 데버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타선이 라우어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0-2로 뒤지던 6회, 토론토 타선은 장단 5안타를 집중해 대거 4점을 뽑았다. 라우어는 패전 위기에서 승리 요건을 갖추게 됐다. 7회부터 채드 그린이 등판해 라우어는 이날 임무를 마쳤고, 6-3으로 경기가 끝나 승리를 챙겼다.

경기 종료 후 라우어는 'MLB.com'을 통해 "우리 같은 팀을 상대하는 건 까다롭다. 왜냐하면 인플레이 타구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공을 쳐서 그라운드에 보내면 좋은 일이 생긴다. 우리가 요즘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MLB.com'은 "토론토가 6회까지 반격의 기회를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라우어의 호투 덕분이었다. 이 좌완 투수는 6이닝 동안 볼넷 없이 2피안타(1홈런 포함), 2실점으로 막아냈고, 4회까지 퍼펙트 게임을 이어가며 팀의 믿음에 부응했다"고 평가했다.

어니 클레멘트는 "라우어가 해온 걸 보면, 매 경기 우리에게 승리할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라며 “모자 벗고 경의를 표한다. 지금까지는 그가 우리 팀의 숨은 MVP였다"고 극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