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논란'으로 국내 배구계를 떠났던 전 국가대표 공격수 이재영(28)이 일본 여자배구 SV리그를 통해 4년 만에 코트에 복귀한다.

SV리그의 빅토리나 히메지는 21일 구단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재영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이재영을 "세계적인 수준의 공격력과 수비 능력을 갖춘 아웃사이드 히터"라고 소개하면서 "그의 영입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일본 배구의 주춧돌로 평가받는 SV리그는 최근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일본 배구대표팀 선수들이 주로 뛰고 있는 무대다. 남녀 모두 1·2부로 나뉘어 있고, 히메지는 여자부 1부 리그에 속한다.

일본 오사카 인근 히메지를 연고로 하는 히메지 구단은 지난 시즌 SV 리그에서 27승 17패(승점 79)를 기록해 14개 구단 가운데 6위에 올랐다. 이스라엘 남자 배구대표팀과 네덜란드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을 지낸 아비털 샐린저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히메지 구단 관계자는 올해 초 한국을 찾아 이재영의 기량을 직접 점검한 뒤 영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전 공백이 길었던 이재영은 SV리그에서 활약하는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 비교적 낮은 연봉에 입단 합의했다.

이재영은 한때 한국 여자배구의 대들보였다. 2014-15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아 흥국생명에 입단했고, 데뷔 첫 시즌 신인왕에 오르며 화려한 스타트를 끊었다. 2018-19시즌에는 흥국생명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2016-17시즌과 2018-19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두 차례 수상했고, 2018-19시즌엔 챔피언결정전 MVP도 함께 받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금메달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2월 쌍둥이 동생 이다영과 함께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행사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사실상 한국 배구계를 떠났다.

이재영은 그해 말 그리스 여자 프로배구 A1리그의 PAOK 테살로니키에 입단했다가 고질적인 왼쪽 무릎 부상으로 몇 경기 뛰지 못하고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2022-23시즌을 앞두고는 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을 통해 V리그 복귀를 타진했지만, 비판 여론이 거세 무산됐다.

이후 배구계에서 멀어졌던 이재영은 지난해 7월 자신의 SNS에 "제2의 인생을 응원해달라"는 글을 올려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 리그의 러브콜을 받아들이면서 4년 만에 다시 코트를 밟게 됐다.

이재영은 히메지 구단을 통해 "어릴 때부터 일본에서 뛰고 싶었던 꿈이 이뤄졌다"며 "지난 사건들을 진지하게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배구를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내게 배구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다시 뛸 수 있게 기회를 준 팀에 감사하다. 팀 플레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히메지는 오는 10월 10일 오사카 마벨러스를 상대로 2025-26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