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할은 힘들어요.”

전반기 막바지였다. KIA 타이거즈 만능 유격수 박찬호(30)는 올 시즌 자신의 활약상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물론 시즌 후 나타날 각종 결과물들에 대해선 철저하게 함구했다. 하지만, 올해도 시즌 중반이 넘어가면서 리그 최고 유격수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번 드러낸다.

박찬호는 2023년부터 유격수 수비왕 2연패를 달성했다. 작년엔 생애 처음으로 유격수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올해 수비왕 레이스는 최근 몇 년처럼 박성한(27, SSG 랜더스)과 치열한 경쟁 중이다. 골든글러브 레이스의 경우 전반기에 미칠 듯한 활약을 펼친 전민재(26, 롯데 자이언츠)가 최근 주춤하면서 박찬호의 2연패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조금 올라간 분위기다.

박찬호는 올 시즌 80경기서 309타수 90안타 타율 0.291 3홈런 25타점 46득점 16도루 장타율 0.359 출루율 0.366 OPS 0.725 득점권타율 0.303이다. 리그 유격수 타율 1위, OPS 3위다. 아울러 본인이 전반기 막판 3할은 힘들다고 했지만, 3년 연속 규정타석 3할로 다가서고 있다. 7월 들어 42타수 14안타 타율 0.368 5득점으로 맹활약한다. 타격은 이제 완전히 애버리지가 생겼다.

박찬호의 진짜 가치는 역시 수비력이다. 언젠가부터 화려함보다 안정감이 더 돋보이는 수비력이다. 시즌 초반 무릎 부상으로 잠시 빠지면서 수비이닝이 662⅓이닝으로 리그 9위, 리그 유격수 4위다. 그러나 실책이 10개밖에 안 된다. 박찬호보다 수비 이닝이 많은 박성한(708⅔이닝)과 이재현(674⅔이닝)은 14실책, 김주원은 21실책(708⅔이닝)이다.

타구를 미리 예측하고 움직이는 능력이 탁월하다. 발도 빠르니 자연스럽게 수비범위가 넓고, 어깨는 당연히 강하다. 투수들의 피안타율과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1등 공신이다. 매 경기 호수비 두~세 차례는 기본이다. 20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서도 이의리와 중간계투들을 여러 차례 도왔다.

박찬호는 2025-2026 FA 시장의 내야수 최대어다. 유격수라는 특수성, 특히 공수주 겸장이라는 강점이 맞물려 꽤 좋은 대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24-2025 FA 시장에서 심우준이 한화 이글스로부터 4년 50억원 계약을 받아냈다.

심우준은 타격은 떨어지지만 수비력은 안정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 바라보는 유격수로서의 레벨에서 박찬호와 비교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스펙과 데이터가 확실한 박찬호는 역대 FA 유격수 최고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수요가 관건인데, FA 시장이 열리고 구단들의 스탠스를 지금 점치는 건 무리지만, KIA 외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만한 팀들은 있다고 봐야 한다.

정규시즌은 지금부터 클라이맥스다. KIA에서 박찬호의 중요성은 엄청나다. 지금부터 공수주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면 골든글러브 레이스도, FA 전선도 뜨거워질 듯하다. 최근의 활약만 보면 박찬호의 골든글러브 2연패, 유격수 수비왕 3연패 가능성이 올라간다고 봐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