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희준 기자= 오랫동안 바르셀로나를 기다려온 한국 팬들의 진심이 인천공항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29일 오후 1시경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바르셀로나 선수단이 입국했다. 바르셀로나는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8월 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FC와 'FC바르셀로나 2025 아시아 투어 에디션' 경기를 치른다.

바르셀로나가 15년 만에 내한했다. 바르셀로나는 2004년과 2010년 한국을 방문했다. 2004년에는 수원삼성과 친선경기에서 0-1로 패했고, 2010년에는 K리그 올스타와 맞대결에서 5-2로 이겼다. 당대 최고 스타였던 리오넬 메시는 15분가량만 소화하고도 멀티골을 넣으며 신계의 실력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바르셀로나가 오는 만큼 국내 팬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날 인천공항 2터미널에는 팬들이 입국장 게이트에서부터 출구까지 길게 늘어서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상징인 메시 유니폼이 가장 많았고, 그의 적장자로 평가받는 라민 야말 유니폼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세계적이고 역사가 깊은 클럽인 만큼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하피냐, 페드리, 가비, 프렌키 더용 등 현역은 물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까지 공항에서 보이는 선수 유니폼도 각양각색이었다.

팬들은 오랜 시간 공항에 머무르는 것도 불사했다. 의자를 갖고 와 대기하는 팬도 곳곳에 있었고, 기나긴 기다림에 지쳐 누워서 짧은 잠을 청하는 팬도 있었다.

서울 강서구의 바르셀로나 팬 고건우 씨는 "6시에 출발해서 지금까지 6시간 정도 기다렸다"라며 "초등학교 3학년 때 스페인을 갔는데, 레알마드리드보다는 바르셀로나가 멋있어서 좋아하게 됐다. 지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흥분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바르셀로나를 기다리는 방식도 특별했다. 고건우 씨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페드리를 스케치북에 직접 그리며 대기했다. "페드리 선수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그리다 보니 시간도 빨리 가고 좋았다"라며 웃었다.

어머니와 아들이 모두 바르셀로나 팬인 경우도 있었다. 누구 한 명이 먼저 좋아해서 전염됐다기보다는 각자의 이유로 우연히 바르셀로나에 스며들었다. 현재는 라민 야말의 팬인 어머니 이윤미 씨는 메시를 좋아하던 게 바르셀로나 응원으로 이어졌고, 페드리의 팬인 정예찬 씨는 초등학교 때 축구 게임을 하다가 가장 강한 팀인 바르셀로나를 응원하게 됐다.

이윤미 씨와 정예찬 씨 모자는 각자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상대가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들어올리며 모자의 정을 물씬 풍겼다.

이날 인천공항에는 바르셀로나 커플 팬도 종종 보였다. 김소연 씨와 서희성 씨 커플은 오전 4시에 일어나 첫 차를 놓치고, 두 번째 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서희성 씨는 "힘들긴 한데 선수들 만날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다"라며 웃었다.

15년 바르셀로나 팬인 남자친구 서희성 씨를 따라 바르셀로나를 좋아하게 된 김소연 씨는 바르셀로나 내한을 기념해 깃발도 자체 제작했다. 하나는 바르셀로나의 내한을 기념해 사진을 요청하는 깃발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르셀로나 에이스 페드리가 태어난 카나리아 제도의 깃발이었다.

암흑기를 버텨준 더용을 가장 좋아한다는 서희성 씨는 "바르셀로나 방한 공식 발표가 나기 전부터 BBQ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계속 치킨을 시켜먹고, 추천 이벤트도 넣었다. 처음에는 안 돼서 티켓 하나를 그냥 구매했는데, 마지막에 이벤트까지 당첨돼서 여자친구와 함께 간다"라며 기뻐했다.

이날 입국한 바르셀로나 선수단은 곧바로 버스에 탑승해 숙소로 향했다. 이날 오후부터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5일 새벽 출국 전까지 각종 행사에서 팬들과 교감할 계획이다.

사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