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은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도 대략난감? 딱 그런 상황이다.

한화는 후반기 들어 전반기보다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 연패와 연승을 반복하다, 지난 주말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3연전서 1승2패로 숨을 골랐다. 후반기 초반 선발, 불펜, 타선 모두 힘이 떨어졌다가 최근 하락세의 롯데 자이언츠를 만나 원기를 회복했다. 그러나 후반기 다크호스 중 하나인 NC를 상대로 다시 한번 상승세가 끊겼다.

그 사이 LG 트윈스는 후반기에 미친 질주를 이어가며 이제 한화에 2경기 차로 도망갔다. 팀당 3~40경기 남은 현 시점에서, 2경기 차는 크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 있는 격차도 아니다. 최후의 세 차례 맞대결은 모두 9월에 열릴 전망이다. 즉, 8월 잔여 2주간 최대한 버텨야 한다.

한화의 최대강점은 역시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류현진~문동주’다. 문동주가 16일 창원 NC전서 타구에 전완부를 맞긴 했지만, 큰 부상은 아니다. 한화가 올해 정규시즌 1위 및 대권까지 바라볼 수 있는 결정적 동력이 폰와류문이다.

그러나 한화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5선발이다. 전반기에 엄상백, 후반기에 엄상백과 황준서가 번갈아 투입됐으나 승자가 없다. 급기야 깜짝 선발 김기중이 오히려 15일 창원 NC전서 4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다.

현재 또 다시 2군에 간 엄상백은 19경기서 1승7패 평균자책점 7.42다. 각종 지표는 당연히 나쁘다. 문제는 엄상백이 나간 19경기서 한화가 6승12패1무라는 점이다. 시즌 승률이 6할(0.596)에 가까운 팀이 엄상백만 마운드에 오르면 하위권 팀이 된다. 황준서가 나간 13경기서는 그나마 5승8패로 아주 나쁜 편은 아니었다.

두 사람이 5실점 이상 대량실점한 건 의외로 5경기밖에 안 된다. 물론 그 5경기를 모두 내주긴 했지만, 그보다 문제는 두 사람이 마운드에 오른 날 불펜 소모가 많았다는 점이다. 엄상백과 황준서가 5회 이전에 내려간 적이 잦았다. 폰와류문이 강력하지만, 류현진은 더 이상 안정적으로 6~7이닝 이상 꾸준히 던지는 철완이 아니다. 문동주는 후반기에 6~7이닝을 꼬박 소화했지만, 전반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사실 이 문제는 포스트시즌에는 전혀 걱정할 거리가 아니다. 포스트시즌은 4선발만 가동하면 그만이고, 폰와류문은 다른 팀들에 공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LG가 대권을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이들의 존재감이다.

문제는 가을야구를 어디서 시작하느냐다. 한화는 아무래도 LG보다 가을야구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다. 또 타선과 불펜이 타 구단들보다 압도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특히 한화 방망이는 리그 평균수준이라고 봐야 맞다.

그래서 한화는 한국시리즈 직행을 해야 대권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폰와류문이 정규시즌 후 푹 쉬고 한국시리즈에 바로 나가야 그만큼 경기력이 더 올라간다. 이건 LG도 마찬가지지만 LG는 가을야구 경험이 많은 선수가 즐비하다.

한 관계자는 “LG는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도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그러나 한화는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면 가을야구가 험난해질 수 있다. 반대로 LG도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한화는 쉽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1위에 사활을 거는 것”이라고 했다.

한화의 정규시즌은 아직 32경기가 남아있다. 폰와류문이 32경기를 전부 책임지는 건 불가능하다. 9월 잔여일정서는 자연스럽게 5선발 배치를 최소화하겠지만, 1~2경기로 1위가 결정되는 걸 감안하면 5선발이 결국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한화가 1위를 탈환하려면 결국 5선발이 나가는 날 승률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 김경문 감독도 고민이 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