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KIA 타이거즈의 패트릭 위즈덤은 리그 전체 OPS(장타율+출루율) 6위, 외국인 타자 OPS 2위를 기록 중이다. 리그 홈런 2위, 타점 9위다. 그런데 후반기 교체 여론이 형성됐고 아직도 수많은 팬들이 위즈덤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 이유는 저조한 득점권 타율이다. 정말 위즈덤은 득점권에서 약한 타자일까.

KIA는 24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2로 졌다. 이로써 5연패를 기록한 KIA는 54승4무68패로 8위에 머물렀다.

이날 KIA는 무려 13안타 5사사구를 얻어냈지만 1점을 얻어내는 데 그쳤다. 비효율적인 공격으로 인해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1점을 얻어낸 것은 위즈덤이었다. 3회말 1사 후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앤더스 톨허스트의 6구 하이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올 시즌 자신의 30번째 홈런이었다.

위즈덤은 올 시즌 매우 훌륭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올 시즌 타율 0.249, 30홈런(리그 2위), 72타점(리그 9위), OPS 0.896(리그 6위)이다. 타율만 제외하고 대다수의 지표가 리그 최상위권이다. 시즌 중반 한 차례 부상을 당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뛰어난 수치다.

위즈덤은 특히 스탯티즈 기준 WRC+(파크팩터가 반영된 조정 득점 창출력)도 144.9로 리그 8위를 기록 중이다. WRC+는 현대 야구에서 타자의 능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그럼에도 위즈덤은 올 시즌 내내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아직 KBO리그에서는 타율을 타자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삼는 팬들이 많다. 위즈덤의 타율이 과거였으면 멘도사 라인이었을 2할4,5푼대에 머무르고 있으니 비판의 대상으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위즈덤의 평가가 낮아진 데에는 득점권 타율이 큰 몫을 차지했다. 올 시즌 위즈덤의 득점권 타율은 0.206다. 자신의 올 시즌 타율보다 0.043 낮다. 이로 인해 수많은 KIA팬들이 기회에 약한 위즈덤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고 교체 여론이 불기도 했다.

그런데 위즈덤은 정말 기회와 승부처에 약한 타자일까. 통상적으로 득점권 타율은 표본이 쌓이다보면 자신의 타율과 근접하게 된다. 대다수의 타자들이 이 법칙에 수렴된다. 위즈덤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 부진은 스몰샘플에서 비롯된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위즈덤의 올 시즌 득점권 타석수는 128타석에 불과하다.

물론 위즈덤이 이 법칙에 해당하지 않는 소수의 선수일 수도 있다. 예외의 경우는 언제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메이저리그 시절 위즈덤의 득점권 타율 기록을 살펴봐야 한다.

위즈덤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타율 0.209(1473타석)를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은 0.206(442타석)이다. 득점권 타율이 통산 타율과 유사하다. 타석수도 KBO리그 한 시즌 규정타석(447타석)과 비슷한 규모다. 스몰샘플이 아닌 어느 정도 타석수가 확보된 상태에서 봤을 때, 득점권 타율과 통산 타율이 비슷하다. 위즈덤도 타 선수들처럼 표본이 쌓이면 득점권 타율과 통산 타율이 일치하는 선수였던 셈이다.

정교하지는 않지만 파워가 폭발적인 선수인 위즈덤. 여기에 코너 내야 수비도 준수하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로 인해 '효자 용병'이라는 평가 대신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위즈덤이 기회에 약한 선수라고 확정짓기에는 KBO리그 득점권 타석수가 아직 너무 스몰샘플이다. 득점권 타석수가 꽤 확보된 미국에서는 위즈덤의 득점권 타율이 자신의 통산 타율과 유사했다. 위즈덤을 향해 기회에 약한 타자라는 낙인 대신 인내의 시선을 보내야하는 KIA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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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