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본인이 그만 던지겠다고 해서…깜짝 놀랐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29)는 지난 11일 고척 키움전에서 8이닝 1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한화의 8-0 완승과 13연승 질주를 이끌었다. 시즌 6승(1패)째를 거둔 와이스는 평균자책점도 3.36으로 낮췄다. 

최고 시속 156km, 평균 153km 직구(38개), 스위퍼(36개) 중심으로 커브(16개), 체인지업(3개)을 섞으며 키움 타선을 압도한 와이스는 8회까지 투구수도 93개로 아주 많지 않았다. 9회 마지막 이닝에 완봉승을 도전할 만했지만 8회 투구를 마친 뒤 덕아웃에 내려온 와이스는 김경문 감독에게 먼저 교체 의사를 전했다.

그날 김경문 감독과 와이스가 덕아웃에서 통역을 거쳐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중계 화면 포착됐는데 화면만 보면 김경문 감독이 교체를 지시하고 와이스가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13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김경문 감독은 “내가 끊은 게 아니다. 본인이 그만 던지겠다고 그래서 내가 깜짝 놀랐다. 그런 결정을 하기가 참 쉽지 않은데…”라며 한참 동안 와이스의 팀을 위해 길게 보는 자세를 칭찬했다. 

김 감독은 “8회 끝나고 나서 (완봉승이 걸린) 투수가 9회 던지겠다 그러면 감독은 던지지 못하게 할 수 없다. 투구수도 90개 초반이었다”며 “본인이 8회 끝나고 들어와 여기서 끝내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감독 입장에선 (교체로) 끝내고 싶다. 왜냐면 앞으로 100게임 이상 남았기 때문이다. 보통 투수들은 그런 상황에서 (100명이면) 90명 이상 던진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 감독은 “완봉하려고 나가서 던지면 힘이 들어간다. 안타 하나 맞고 10~15개, 더 던지면 20개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그때는 괜찮을지 몰라도 그게 두세 번 지나가다 보면 데미지가 온다. 내가 감독을 하면서 돌이켜보면 그렇더라”며 “와이스가 그런 결정을 해줬을 때 내가 굉장히 고마웠다. 본인이 앞으로 100경기 남은 것을 생각하고 이야기해주니까 얼마나 고마운가. 오늘도 고맙다고 다시 얘기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와이스 스스로 시즌을 길게 보고 먼저 완봉을 포기했는데 쉬운 결정이 아니다. 개인 기록이 중요하고, 이닝 욕심이 큰 외국인 투수라면 더욱 그런데 와이스는 달랐다. 

와이스가 8회까지 던지고 내려온 뒤 코디 폰세, 류현진, 엄상백 등 동료 선발들이 “투구수가 93개밖에 안 되는데 왜 1이닝 더 안 던지냐”며 놀렸다. 이미 교체 의사를 밝힌 와이스가 다시 한 번 김 감독을 찾아가서 물어봤고, 김 감독은 원래대로 와이스 교체를 재확인했다 .

김 감독은 “뒤에서 폰세하고 선수들이 ‘개수 그거밖에 안 되는데 왜 안 던지냐’ 놀려서 나한테 다시 왔더라. 그만 던지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다시 던지는 것도 썩 좋지 않다”며 “야구는 당장 1승하고 1패하고 그러지만 레이스가 길다. 부상을 덜 당하고 완주하는 게 중요하다. 어느 순간 확 잘하고, 그 다음에 아파서 못하고 그런 것보다 완주하는 것이 팀 성적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와이스가 참 고마웠다”고 거듭 칭찬했다. 

9이닝 완봉은 아니었지만 8회까지 던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선발의 몫을 다 해줬다. 김 감독은 “와이스가 8회까지 던져줌으로써 우리 불펜이 쉬었다. 1점차 승부를 많이 하면서 마무리(김서현)하고 (한)승혁이가 많이 던졌는데 와이스가 8회까지 던져줘 경기가 쉽게 됐다. 이게 굉장히 크다”며 불펜들에 휴식을 준 와이스의 이닝 소화력도 높이 샀다. 와이스는 최근 올 시즌 9경기 중 6경기를 7경기를 6이닝 이상 던졌다. 7이닝 이상도 3경기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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