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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이치로인 줄 알았는데 알투베였다

  • 2025-05-17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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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뜨겁다. 4월20일(이하 미국 시각) 현재 OPS(출루율+장타율) 0.982로 내셔널리그(NL) 8위에 올라 있다. 중견수 수비도 탁월하다.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스닷컴이 집계하는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은 1.3승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5위다. 지난해 데뷔 시즌 부상으로 37경기에만 출장했지만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로 꼽힌다.

백미는 4월11∼13일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 3연전이었다. 세 경기에서 9타수 4안타 3홈런에 2루타 하나를 때려냈다. 이 시리즈 뒤 〈뉴욕타임스〉는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그토록 원해왔던 슈퍼스타처럼 뛰고 있다”라고 썼다.

시즌 초반이다. 선수의 미래를 내다보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하지만 이정후가 지금 타격을 유지한다면 슈퍼스타가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 통계 시스템인 ‘스탯캐스트’를 살펴보았다.

스탯캐스트는 투구와 타구의 물리적 특성을 측정한다. 2024년부터는 타자의 스윙에 대한 측정치와 지표도 공개하고 있다. 구장마다 5대씩 설치된 고속 호크아이 카메라가 기반이다.

KBO리그 시절 이정후는 “배트 스피드가 빠르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실측에 근거하지 않은 인상비평에 가까웠다. 메이저리그 평균 배트 스피드는 시속 72마일(약 116㎞) 정도다. 시속 75마일 이상이면 ‘빠른 스윙’으로 인정받는다. 빠른 스윙은 타격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스윙이 빨라야 빠른 타구를 만들 수 있다. 빠른 타구일수록 득점 생산성이 높다. 배트 스피드가 시속 80마일(약 129㎞) 이상이라면 ‘100구당 런밸류(플레이 결과를 득점으로 환산하는 스탯캐스트 통계)’는 +2점이다. 시속 70~79마일이면 -5점, 시속 69마일 이하면 -4점이다. 그런데 올해 이정후의 배트 스피드는 시속 68.7마일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하위 12%에 해당한다. 통념과 달리 이정후는 스윙이 느린 타자다.

스윙이 느리면서도 길다. 스탯캐스트는 ‘스윙 길이’도 측정한다. 배트 중심을 뜻하는 ‘스위트스폿(Sweet Spot)’이 스윙 전 정지 상태에서 투구를 때린 순간까지 움직인 거리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힘이 좋은 슬러거일수록 스윙이 길다. 빠른 스윙으로 가속도를 끌어올린다. 이런 스윙에 맞은 타구는 멀리 나간다. 대신 정확도가 떨어져 헛스윙이 많다. 국내 야구 해설자들은 “스윙이 길다”라는 말을 보통 타자의 단점을 지적할 때 한다. 안타를 만드는 데는 짧고 간결한 스윙이 유리하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파워히터인 지안카를로 스탠튼(뉴욕 양키스)은 지난해 평균 스윙 길이 8.6피트(약 2.6m)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반면 현역 최고 교타자로 꼽히는 루이스 아라에즈(샌디에이고)는 6.0피트로 가장 짧았다. 메이저리그 평균치는 7.3피트다.

홈런 파워가 떨어지는 이정후 같은 타자는 스윙 거리가 짧은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정후의 스윙 거리는 7.7피트로 평균보다 길다. 올해 50회 이상 스윙한 타자 344명 가운데 44위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상위 10명과 올해 이정후를 비교했다(〈그림〉 참조). 10명에 비해 타구 속도가 느렸다. 반면 스윙 길이는 애런 저지(7.8)와 오타니 쇼헤이(7.7) 다음이었다. 좀 더 범위를 넓혀보자. 2025년 배트 스피드가 시속 70마일(약 113㎞) 이하인 타자 89명(50회 이상 스윙 기준) 가운데 이정후보다 스윙 거리가 긴 선수는 딱 두 명이다. 그리고 스윙 거리 7.5피트(약 2.3m) 이상 선수 가운데 이정후보다 배트 스피드가 느린 선수도 세 명뿐이다.

즉, ‘배트 스피드는 느린데, 스윙 길이가 긴’ 이정후는 매우 독특한 유형의 선수다. 배트 스피드가 느리면 빠른 타구를 만들어내기 어려우므로 장타가 적다. 그런데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2루타를 가장 많이 친 선수다. 스윙 길이가 길면 헛스윙이 많고 타율이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정후는 벌써부터 올해 타격왕 후보로 거론된다. 헛스윙과 삼진도 적다.

이런 ‘상식 파괴’가 가능한 이유로는 이정후의 탁월한 배트 컨트롤 능력을 들 수 있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에도 공을 맞히는 감각이 남다른 선수로 꼽혔다. 이정후의 KBO리그 통산 헛스윙 비율(헛스윙/스윙)은 8.3%로, 이 기간(2017∼2023년) 10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128명 중 김선빈과 이용규에 이어 3위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어나다. 올해 14.8%로 규정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그 타자 170명 가운데 16위다.

하지만 이정후의 배트 컨트롤은 단순히 공을 잘 맞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홈런 파워는 상대적으로 떨어져도 많은 장타를 날린다. KBO리그 시절 이정후의 장타율은 0.491로 김선빈(0.391)과 이용규(0.321)를 훌쩍 넘는다. 좋은 스윙 궤적으로 투구를 콘택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트 스피드가 느린 이정후는 타구 속도도 대단하지 않다. 올해 평균 타구 속도가 시속 90.2마일로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이다. 시속 95마일 이상 타구를 ‘하드히트(Hard Hit)’라고 부른다. 이정후의 하드히트율은 36.2%로 메이저리그 하위 31%에 불과하다. 통상 이런 타자는 스타와 거리가 멀다.

 

하지만 타구에는 속도뿐 아니라 ‘각도’도 중요하다. 하드히트는 오직 속도만을 고려한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사각 정타율(LA Sweet Spot%)이라는 추가적인 지표가 만들어졌다. 발사각 8∼32도 타구 비율을 가리킨다. 안타와 장타 비율이 높은 각도다. 배트 중심으로 정확하게 때려야 이런 타구가 나온다. 이정후는 정타율 44.9%로 메이저리그 상위 6%다. 타구 속도와 각도를 모두 포함한 ‘스퀘어업 타구’라는 지표도 있다. 시속 98∼105마일, 발사각 10∼26도 타구다. 이런 타구는 예외적으로 높은 득점생산성을 보인다. 이정후의 스퀘어업 타구 비율은 31.9%로 상위 12%다.

이정후의 배트 컨트롤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 4월7일 신시내티와의 홈경기에서 나왔다. 메이저리그에서 공이 가장 빠른 선발투수인 헌터 그린이 상대였다. 이정후는 9회 네 번째 타석에서 그린의 시속 99.7마일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빨랫줄 같은 우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이 타석 전까지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좌타자가 시속 99마일 이상 바깥쪽 패스트볼을 때려 만든 안타는 세 개밖에 없었다.

이 스윙에 대해 팬그래프스닷컴 분석가 에스테반 리베라는 “몸통과 팔을 완전히 뻗어내면서도 뛰어난 배트 궤적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통상 이런 스윙에서는 배트 경로가 수평에 가까워져 공을 눌러 치게 되고 땅볼이 쉽게 나온다. 이정후의 스윙은 그렇지 않았다. 리베라는 이런 스윙이 가능한 이유로 뛰어난 상체 유연성과 가동성, 탄탄한 하체를 꼽았다. ‘타고난 감각’ 외에 좋은 타격을 하기 위한 몸을 열심히 만들어왔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정후의 등번호는 51번. 그가 존경하는 스즈키 이치로가 달았던 번호다. 동아시아 출신 정교한 타자에 탁월한 배트 컨트롤이 트레이드마크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정후의 올해 스윙은 이치로와 다르다. 이치로의 스윙은 비거리가 짧은 단타를 만드는 데 특화돼 있었다. 통산 장타 비율은 18.6%에 불과하다. 이정후의 올해 장타 비율은 53.6%에 이른다.

배트 스피드와 스윙 길이에서 이정후와 거의 유사하게 독특한 특징을 보이는 강타자가 있다. 올해 각각 시속 68.4마일, 7.5피트로 이정후(시속 68.7마일, 7.7피트)와 매우 비슷하다. 그의 이름은 호세 알투베. 메이저리그 15시즌 통산 타율 0.306에 232홈런을 친 대선수다. 메이저리그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신체 조건(168㎝·75㎏)으로도 2017년 아메리칸리그 MVP로 뽑혔고, 올스타전에 아홉 번 출장했다.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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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별 팀순위

순위 경기 승점
1 리버풀 36 25 8 3 83
2 아스날 36 18 14 4 68
3 뉴캐슬 36 20 6 10 66
4 첼시 37 19 9 9 66
5 에스턴 빌라 37 19 9 9 66
6 맨시티 36 19 8 9 65
7 노팅엄 36 18 8 10 62
8 브렌트포드 36 16 7 13 55
9 브라이턴 36 14 13 9 55
10 본머스 36 14 11 11 53
11 풀럼 36 14 9 13 51
12 펠리스 36 12 13 11 49
13 에버튼 36 9 15 12 42
14 울버햄튼 36 12 5 19 41
15 웨스트햄 36 10 10 16 40
16 맨유 37 10 9 18 39
17 토트넘 37 11 5 21 38
18 입스위치 36 4 10 22 22
19 레스터 시티 36 5 7 24 22
20 사우샘프턴 36 2 6 2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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