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6년 전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 타자들과 겨뤘던 24세 미국 투수가 이젠 대한민국 프로야구인 KBO리그의 '별'로 거듭났다.

지난 17일 SSG-한화전에서 삼진 18개를 뽑아내며 단일 경기 정규이닝 최다 삼진 신기록을 수립한 한화 외인 투수 코디 폰세 얘기다. 

폰세는 이날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8회까지 2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삼진 18개를 기록했다.

야구장은 폰세의 삼진쇼로 경기 중반부터 숨죽일 듯 고요한 분위기가 됐다.

폰세는 종전 기록 보유자인 류현진의 응원 속에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대기록을 세웠다.

폰세는 우선 지난 1991년 6월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이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를 상대로 수립한 KBO리그 한 경기 최다 탈삼진과 34년 만에 타이를 이뤘다. 당시 선동열은 연장 13회까지 던지며 삼진 18개를 뽑았다.

정규 이닝인 9회까지만 따지면 폰세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2010년 5월 류현진(한화)이 LG 트윈스를 상대로 뽑은 17탈삼진을 넘어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또한 폰세는 지난달 SSG 랜더스의 드루 앤더슨을 포함해 7명이 세운 외국인 투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14개를 가볍게 뛰어넘어 새 기록을 추가했다. 

폰세는 이날 최고시속 157km의 강속구를 앞세워 1회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대기록의 서막을 열었다.

2회부터 5회까지 매 이닝 삼진 2개씩 뽑은 폰세는 6회초 다시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 류현진이 갖고 있는 15년 된 기록을 깨트릴 수 있다는 예감을 들게했다.

이미 이 때 14탈삼진을 기록하며 외국인 투수 최다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7회부터 폰세의 기록쇼가 펼쳐졌다.

7회 삼진 2개를 추가하며 외국인 최다 기록을 갈아치운 폰세는 8회 SSG 선두타자 라이언 맥브룸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KBO리그 9이닝 기준 최다 탈삼진과 타이를 이뤘다.

폰세는 이 때 마운드에 한 차례 주저앉는 등 감격하는 표정이었다. 손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류현진과 관중이 일제히 박수를 보냈따.

다시 던지기 시작한 폰세는 후속타자 최준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류현진의 기록을 돌파하면서 선동열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폰세는 8회까지 113개의 공을 던지며 SSG 타선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9회초 마운드를 김서현에게 넘겼다.

폰세는 이날 삼진쇼를 통해 드루 앤더슨(SSG 랜더스·93개)을 제치고 시즌 탈삼진 단독 선두로 나섰다.

평균자책점(1.48) 단독 선두인 폰세는 다승(8승)과 승률(1.000) 부문은 공동 선두에 올랐다.

폰세는 한국 야구의 이미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2019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3번째 경기 한국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양현종과 마운드 대결을 펼쳤다.

당시 24살로, 짧은 머리였던 폰세는 지금처럼 위력적인 투수는 아니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갔던 그는 프리미어12에서 3경기 13⅓이닝을 던져 1승 1패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하고 좋은 개인 기록을 냈다.

하지만 막상 한국전에선 1회 김하성과 이정후 등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두 타자에게 연속안타를 맞은 뒤 김재환에서 3점포를 허용했다. 3⅓이닝 5안타 1볼넷 3실점(삼진 없음)을 기록하며 씁쓸하게 물러났다. 한국 타자들에게 두들겨 맞은 셈이었다.

이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던 그는 올해 KBO리그에서 '역대급' 외인의 모습을 드러내며 맹활약하고 있다. 구속도 프리미어12 때와 비교해 3~4km 오르면서 야구 인생 최전성기를 한국에서 누리고 있다.

사진=대전, 김한준 기자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