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골퍼에게 가장 몹쓸 병은?
[골프한국] 골프를 한두 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인생이나 우주를 정의하는 것만큼 무모하다. 그런데도 골프가 태동한 이래 수많은 골퍼들이 무릎을 치며 나름의 정의 내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앞서 골프를 탐험한 사람들이 숙고 끝에 내놓은 정의들은 골프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접한 경이를 담기도 했다. 앞으로 골프채를 잡고 씨름하는 골퍼들 역시 나름의 정의를 내릴 것이다. 골프를 사랑하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골프에 대한 정의는 옹달샘에서 물이 솟아오르듯 계속 나올 것이 틀림없다.
'골프에서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Nothing is new in golf.)'는 말이 있다. 오늘의 골퍼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깨닫는 모든 것을 수백 년 전 골퍼들 역시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골프의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나름의 깨달음과 느낌을 표현하고픈 충동을 억누를 길이 없다. 그래서 필자 역시 '달마가 골프채를 잡은 까닭은?'을 시작으로 골프 관련 에세이를 써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은 골프라는 운동 자체가 '목표가 없는 끝없는 게임(Endless game without goal)'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프는 '죽을 때까지 끝없이 깨달아가는 게임'이라고들 한다. 나이 70이 넘어, 구력이 30~40년을 넘어 어느 날 라운드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골프가방을 내려놓으며 아내에게 "이제야 골프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아."하고 고백하기도 한다.
"골프 연습하듯 공부했으면 고시를 여러 번 패스하고도 남을 텐데…." 연습장에서 이런 넋두리를 듣는 일은 흔하다. 주로 50대를 지나 현역의 전성기에 있거나 은퇴한 70대 전후 연배들의 단골 메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구력은 30년이 넘고 누구보다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 있으면서도 만족한 수준의 골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만을 털어놓으면서도 골프를 포기하지 못하고 연습장을 찾는다. 골프는 잘 못 쳐도 건강 유지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아무리 그래도 불평과 불만을 가슴에 담고 연습장을 열심히 찾는다는 것은 불가사의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골퍼들이 그 좋은 운동을 하면서 불평과 불만을 호소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다른 스포츠는 노력한 만큼, 땀을 흘린 만큼 결과가 보장된다. 재미를 느끼고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싫증이 나서, 재미가 덜 해서 중도에 다른 종목으로 바꾸는 경우는 흔하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데도 매달리는 스포츠는 골프 말고 찾기 어렵다.
골프는 참 별나다. 좋은 신체 조건과 운동신경을 타고났다고 해도 결코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침에 깨달았다가도 저녁이면 잊히는 게 골프다. 이만하면 됐다고 만족하는 순간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간인데 바닥을 벗어나는 일은 시지프스가 바위를 산꼭대기로 굴려 올리는 고역을 안긴다.
골프는 끝없는 깨달음을 요구한다. 헤겔의 '정반합(正反合)의 변증법'이 거의 무한대로 이어진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연습의 목적은 '어쩌다 굿샷'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샷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지속 가능한 골프를 터득하기 위해선 '정반합의 깨달음'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골프에서 열심히 하는 것은 미덕이지만 '열심히 잘못하는 것'은 고질병만 악화시키고 내 안에 괴물을 키울 뿐이다.
골퍼들은 대부분 나름의 '골프 깨달음'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 깨달음은 선가(禪家)에서 말하는 확철대오(廓徹大悟: 확연히 꿰뚫어 크게 깨우침)와는 다르다. 자신의 스윙을 알아채고 자가 치유 능력을 키워 끊임없이 반복되는 정반합의 변증법을 거쳐야 내게 알맞은 '골프 문법(文法)'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깨달았다는 착각에 빠지면 수렁에서 헤어나기 힘들고 더 깊은 미궁에 빠진다. 많은 골퍼들이 골프의 기본을 배우고 꽤 긴 연습기간을 거치면 스스로 골프의 원리를 다 꿰고 있다고 믿는다. 주위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면 '나는 다 알고 있다.'며 불쾌해한다.
깨달음의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인식의 깊이와 시각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개념이다. 깨달음은 직관적이고 초월적인 경험이지만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정신적 신체적 변화, 자연 환경에 따라 깨달음의 지평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넓다. 누군가가 깨달았다고 느낀 경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겨우 시작점일 수 있다. 깨달음엔 절대적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식 수준에 따라 계속 확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강렬한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것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통찰일 가능성이 크다. 골프에서의 진정한 깨달음이라면 골프 전체를 관통하는 지속적인 깨달음이어야 한다. 그것은 어느 한순간 깨닫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깨달아가는 것'이다.
골퍼에게 가장 몹쓸 병은 '다 알고 있다'는 착각·망상·미혹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댓글[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종목별 팀순위
순위 | 팀 | 경기 | 승 | 무 | 패 | 승점 |
---|---|---|---|---|---|---|
1 | 리버풀 | 37 | 25 | 8 | 4 | 83 |
2 | 아스날 | 37 | 19 | 14 | 4 | 71 |
3 | 맨시티 | 37 | 20 | 8 | 9 | 68 |
4 | 뉴캐슬 | 37 | 20 | 6 | 11 | 66 |
5 | 첼시 | 37 | 19 | 9 | 9 | 66 |
6 | 에스턴 빌라 | 37 | 19 | 9 | 9 | 66 |
7 | 노팅엄 | 37 | 19 | 8 | 10 | 65 |
8 | 브라이턴 | 37 | 15 | 13 | 9 | 58 |
9 | 브렌트포드 | 37 | 16 | 7 | 14 | 55 |
10 | 풀럼 | 37 | 15 | 9 | 13 | 54 |
11 | 본머스 | 37 | 14 | 11 | 12 | 53 |
12 | 펠리스 | 37 | 13 | 13 | 11 | 52 |
13 | 에버튼 | 37 | 10 | 15 | 12 | 45 |
14 | 울버햄튼 | 37 | 12 | 5 | 20 | 41 |
15 | 웨스트햄 | 37 | 10 | 10 | 17 | 40 |
16 | 맨유 | 37 | 10 | 9 | 18 | 39 |
17 | 토트넘 | 37 | 11 | 5 | 21 | 38 |
18 | 레스터 시티 | 37 | 6 | 7 | 24 | 25 |
19 | 입스위치 | 37 | 4 | 10 | 23 | 22 |
20 | 사우샘프턴 | 37 | 2 | 6 | 29 | 12 |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라이브스코어를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