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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cm 이현중은 왜 국가대표 소집에서 이코노미 좌석에 몸을 구겨 넣었을까?
[OSEN=서정환 기자] 202cm의 이현중(26, 나가사키 벨카)도 국가대표 소집에서는 이코노미 클래스에 탑승해야 한다.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027 카타르 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윈도우2 B조 예선에서 대만(65-77패)과 일본(72-78패)에 원정 2연패를 당했다. 중국전 2연승의 승리도 잠시였다. 2승 2패가 된 한국은 일본(3승 1패)에 조 선두를 내주고 2위로 내려왔다.
━니콜라스 감독의 새로운 농구, 제대로 배우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
니콜라스 감독의 농구를 단기간에 선수들에게 주입하기는 무리였다. 진천선수촌에 모인 선수들은 단 3일간 훈련하고 연습경기도 없이 대만으로 출국했다. 대만귀화센터 브랜든 길벡에게 18점, 15리바운드, 3블록슛을 허용한 한국은 한때 20점까지 뒤진 끝에 12점차로 졌다.
혹자들은 ‘전희철 감독도 똑같이 3일 훈련시키고 중국을 두 번이나 이겼는데?’라고 말한다. 상황이 다르다. 평생을 선수들과 함께한 전희철 감독은 따로 한국 선수들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 없었다. 의사소통에서도 분명 장점이 컸다.
반면 외국인 마줄스 감독은 한국선수들 기용과 상대팀 스카우팅에서 분명 시행착오를 겪었다. 한국의 최고슈터 유기상이 대만전 전반내내 벤치를 지키는 등 문제가 많았다. 강지훈과 신승민에게 주전의 중책을 맡겼지만 역부족이었다.
일본전은 한층 내용이 좋아졌다. 귀화센터 조슈아 호킨슨이 버틴 일본을 상대로 이승현이 센터를 보는 스몰라인업으로 맞섰다. 막내 에디 다니엘도 투지를 보였다. 한국은 시소게임을 펼쳤지만 막판 실수로 무너졌다.
경기 후 에이스 이현중은 “감독님이 새로운 것에서 디테일을 잡으려고 한다. 한국선수들이 전에 배워보지 않았던 것들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가 2연패를 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감독님이 어떤 것을 하려고 하시는지 (선수들도) 이해하고 있다. 더 배워야 한다. 나도 통역도 하면서 중간에서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면 우리도 위협적인 팀이 될 것”이라 낙관했다.
최고참 이승현 역시 “중국전에서 우리가 했던 농구와 대만, 일본전에서 했던 농구는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다. 새로운 농구를 배우기에 시간이 정말로 부족했다. 감독님은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것을 넣어주시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다 배우지 못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선수들이 니콜라스 감독의 역량은 인정했지만, 새로운 전술을 배우기에는 시간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비록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한국농구가 가고자하는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일전 패배 후 유니폼 찢은 이현중, 왜? ━
에이스 이현중은 한일전에서 28점, 11리바운드, 3점슛 5/13으로 여전히 무서웠다. 일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나가사키 동료 바바 유다이가 직접 이현중을 수비했지만 막지 못했다. 바바는 “이현중은 괴물 같은 활약이었다. 반드시 이기고 말겠다는 집념이 피부로 느껴졌다. 이런 선수와 팀 동료로 뛴다는 것이 다행으로까지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현중은 패배 후 유니폼을 찢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졌다는 아쉬움이 컸다. 단순한 승부욕의 발현이 아니다. 대표팀 선수들이 일본에 비해 역량이 크게 밀리지 않는데 지원과 시스템, 인프라 등 다른 부분에서 양국의 차이가 벌어졌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오키나와에서 기자와 만난 이현중은 한국대표팀을 운영하는 시스템에 대해 농구협회에 할말이 많았다.
이현중은 “사실 일본도 그렇고 중국, 대만도 로스터가 16명이었다. 경기마다 바꿀 수 있는 선수들까지 있다. 나는 일본에서 발목을 다치고 운동을 거의 못하다 들어왔다. 소집 기간 자체도 그렇다. 감독님까지 새로 바뀌셨으니까. ‘선수들이 리그 끝나고 휴식 시간도 가지면서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다 핑계다. 우리가 어떻게든 이겼어야 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경기는 다 이긴다”고 답했다.
일본은 16명의 로스터 안에 귀화센터만 둘이 있었다. 중국전에 알렉스 커크가 뛰었고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한국전에는 조슈아 호킨슨이 들어왔다. 예비로스터를 적극 활용해 전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처음부터 최종 로스터 12명만 딱 뽑아놓고 부상자가 나오면 그때마다 멤버를 바꾸는 식으로 운영했다. 처음부터 16명이 훈련한 팀보다 전술적 유연함이나 부상선수 대처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16명을 뽑으면 훨씬 좋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대표팀 운영비가 더 많이 든다.
소집기간도 문제다. 똑같은 경기를 준비했는데 일본프로농구는 일주일 전부터 리그를 중단했다. 덕분에 이현중은 더 빨리 귀국해서 동료들 KBL 경기를 보러 다녔다. 한국선수들은 소집 전날까지 KBL경기를 치르고 새벽에 소집됐다. 곧바로 진천에 모인 것도 아니고 일단 서울로 왔다가 다시 진천으로 내려갔다. 컨디셔닝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협회와 프로리그연맹의 공조에서도 한국이 일본에게 졌다. 심지어 B.리그는 정규리그 60경기로 KBL보다 경기수도 많다.
이현중은 “대구에서 경기하는 선수들도 새벽에 서울에 도착해서 바로 대표팀에 소집됐다. 선수들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시스템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cm 이현중도 이코노미 좌석에 몸을 구겨 넣는 현실 ━
이번 대만, 일본 원정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이코노미 좌석에 탑승했다. 202cm 이현중과 180cm 양준석까지 신장이나 나이 등에 상관없이 전원이 이코노미를 탔다. 농구협회의 대표팀 운영방안이 그렇다. 일본, 중국, 대만 등 비행시간 4시간 미만의 단거리는 이코노미를 태운다. 비행시간이 4시간이 넘는 중장거리 이동에 대해서만 비즈니스 좌석을 태운다.
그것도 농구협회는 일단 이코노미 좌석을 끊고 해당선수의 소속팀이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농구월드컵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온 여자농구대표팀은 전원이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물론 이번에도 업그레이드 비용은 소속선수 각 구단이 부담했다.
KBL 구단 관계자는 “농구협회가 업그레이드 비용을 청구서처럼 나중에 들이민다. 각 구단들도 예산이 미리 잡혀있다. 대표팀에 몇명이 갈 줄도 모르고 적지 않은 돈을 추가로 지출하기 난감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초에 선수가 대표팀에 합류했는데 이동비용을 구단이 부담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협회가 이동시간으로 비즈니스석을 정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선수들 컨디션에 문제가 생긴다면 단거리도 구단에 요청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면 일본프로농구에서 뛰는 해외파 이현중의 업그레이드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일본농구협회의 시스템을 아는 이현중은 이런 대한민국농구협회의 대표팀 운영방식에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리그도 협회도 선수들에 대한 존중이 있었으면 좋겠다. 선수들 이동수단도 전부 이코노미다.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요청드린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언젠가 바뀔 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그저 농구를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대표팀 선수들 중 유일하게 KBL 소속이 아닌 이현중이기에 대표팀의 환경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에이스 이현중의 한마디이기에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린다. 에이스가 경기력에 지장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이상 농구협회도 진지하게 경청하고 제도변경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정재용 대한민국농구협회 상근부회장은 “정부에서 예산이 이코노미만 지원하고 있다. KBL, WKBL과 농구협회 상호간에 협약이 맺어져 있다. 이동거리가 4시간 이내의 거리는 이코노미로 약속이 돼 있다. 각 구단에서 선수들의 (비즈니스 좌석) 업그레이드 예산을 부담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저는 ‘4시간 이내라도 비즈니스를 태워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의견을 내고 연맹과 논의를 했다. 황금세대라 불리는 선수들을 지원할거면 가까운 거리도 (비즈니스를) 태웠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앞으로 제도변경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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