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공교롭게도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홈런 2방을 맞은 이후 각성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 좌완투수 카를로스 로돈(33)의 이야기다.

로돈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에 위치한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이날 로돈은 6이닝 동안 105구를 던지면서 2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투구를 남겼다. 양키스는 로돈의 호투에 힘입어 1-0 승리를 가져갔고 30승(19패) 고지를 점령하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 자리를 지켰다. 로돈은 시즌 6승(3패)째.

로돈의 투구는 변화무쌍했다. 최고 구속 96마일(154km)에 달하는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슬라이더(38개)의 비중이 가장 컸고 포심 패스트볼(37개), 체인지업(21개), 커브(9개)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했다.

올 시즌 11경기에 나와 65⅔이닝을 던진 로돈은 6승 3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은 80개로 아메리칸리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고 피안타율 .161 또한 리그 1위에 해당할 정도로 뛰어난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로돈은 지난달 14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이정후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고 휘청거렸다. 그가 1경기에서 좌타자에게 홈런 2방을 맞은 것은 빅리그 데뷔 후 처음이었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 당시 로돈은 5⅔이닝 3피안타 3볼넷 8탈삼진 4실점에 그쳤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로돈이 이정후에게 홈런 2방을 맞은 이후 7경기에서 42⅔이닝을 던져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47을 남기며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로돈의 승리 소식을 전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올 시즌 첫 4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5.48로 좋지 않았던 로돈은 이후 7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47을 기록하며 엄청난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라며 로돈의 최근 호투 행진을 소개했다.

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로돈은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타자를 압도하려고 노력했다. 올해는 조금 달라졌다. 정교함을 더해 로케이션에 집중하려고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누구나 시속 97~98마일(156~158km)의 패스트볼을 칠 수 있다. 타자에게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던져서 그저 제압하려고만 한다면 여지없이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돈이 더이상 힘에 의존하는 피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날 경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로돈은 6회초 제이크 버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결정구는 시속 84.8마일 체인지업이었다. 'MLB.com'은 "버거를 삼진 아웃으로 잡은 체인지업은 정말 훌륭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로돈과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J.C. 에스카라 또한 "이제 그는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4가지 구종을 갖고 있다. 그가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며 로돈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이야기했다.

로돈은 2023시즌을 앞두고 양키스와 6년 1억 6200만 달러(약 2240억원)에 초대형 FA 계약을 맺은 선수로 2023년에는 14경기 64⅓이닝 3승 8패 평균자책점 6.85로 부진했으나 지난 해 32경기 175이닝 16승 9패 평균자책점 3.95를 남기며 부활에 성공했다. 올해는 이정후에게 홈런 2방을 맞은 이후 업그레이드된 투구를 선보이며 리그를 호령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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