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은 오후 6시30분 야간 경기에 맞춰져 있다. 일주일에 4경기를 이 시간에 시작하고, 경기 전 훈련 루틴부터 생체 리듬 모두 이 시간대에 맞춰 움직이는데 익숙하다. 경기가 끝난 뒤 늦은 저녁 식사를 하다 보니 대부분 선수들은 시즌 때 저녁형 인간이 된다. 

그래서 낮 2시 경기를 대다수가 힘들어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훈련을 하고,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먼저 야구장에 나와 훈련하는 홈팀 선수들이 더 바쁘다. 금요일 오후 6시30분, 토요일 오후 5시를 거쳐 일요일 오후 2시면 그래도 괜찮은데 토요일 경기가 2시로 잡히면 선수들은 그 전날부터 부담을 느낀다. 

KBO리그에서 토요일 낮 2시 경기는 7~8월 혹서기를 제외하고 지상파 TV 중계가 잡힐 때 편성된다. 보통 2주 전 5경기 중 2경기가 지상파 TV 중계로 지정되고, KBO가 경기 개시 시간을 오후 5시에서 2시로 변경된 것을 고지한다. 

프로야구 인기가 크게 상승하면서 지난해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이 토요일 낮 시간대에 야구 중계를 고정적으로 편성하고 있다. 그만큼 야구가 인기가 높아진 증거로 긍정적인 부분이고, 구단으로선 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문제는 구단별 형평성이다. 지난 3월22일 시즌 개막전을 제외하고 3월2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두 달간 토요일 오후 2시 경기는 총 19경기(우천 취소 3경기 포함)가 편성됐는데 특정 팀들에게 쏠림 현상이 너무나 뚜렷하다. 

올 시즌 화제의 팀인 한화를 비롯해 전통의 인기 구단 KIA, LG가 나란히 6경기씩 가장 많이 잡혔다. 이어 삼성, KT(이상 4경기), 롯데, 두산, 키움(이상 3경기), SSG(2경기), NC(1경기) 순이다. 오는 31일 창원 한화전에 처음으로 토요일 낮 2시 경기가 편성된 NC에 비해 한화, KIA, LG는 5경기나 더 많다. 

물론 수익을 내야 할 방송사 입장에선 시청률이 잘 나올 만한 인기팀 위주로 편성할 수밖에 없다.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방송사들의 권리이고, 시장 논리상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화, KIA, LG로선 인기팀의 숙명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현장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지상파 중계로 인해 오후 2시로 앞당겨진 24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인기가 좋은 건 감사한 일이지만 감독 입장에선 선수들이 (야간 경기를 하고 나서) 조금 더 쉬고 경기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낮 경기를 너무 자주 해서 선수들의 피로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독 낮 경기에 약한 선수들이 있다. 올해 한화만 봐도 투수 류현진이 야간 6경기에선 3승1패 평균자책점 1.98로 호투했지만 낮 5경기에선 1승1패 평균자책점 5.25로 부진하며 큰 편차를 보였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특정 팀들에게 토요일 낮 2시 경기가 몰리는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김경문 감독도 “형평성 있게 하면 괜찮은데 너무 몇몇 팀들이 많은 낮 경기를 하는 것도 조금은 안 맞다고 본다”며 조심스럽게 문제 제기를 했다. 

경기 개기 시간 변경의 주체는 방송사와 함께 홈팀이 갖고 있다. 몇 주째 지속된 토요일 2시 경기 편성에 양해를 구해 미룬 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단 입장에선 쉽게 거부할 수가 없는 요청이다. 

한편 한화는 오는 31일 창원 NC전 토요일 2시 경기에 이어 내달 3일 화요일 대전 KT전도 오후 5시에서 2시로 경기 개시 시간이 앞당겨졌다. 이날은 대통령선거일로 임시 공휴일인데 지상파 TV 중계 때문에 바뀐 건 아니다. 경기 시간대에 야구장 인근에서 개표가 진행됨에 따라 원활한 개표 관리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이 들어왔다. 대전뿐만 아니라 창원 LG-NC전도 같은 이유로 2시에 열린다. 월요일 휴식일을 갖고 치르는 경기라 토요일 2시보다는 부담이 덜할 전망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