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LA 다저스 김혜성(26)이 제한된 출장 기회 속에서도 4할대 타율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기대 이상 타격과 수비로 찬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혜성은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치렂니 2025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메이저리그 데뷔 첫 3루타 포함 2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다저스의 7-3 승리에 기여했다. 

전날(8일) 세인트루이스전 4타수 2안타 1도루에 이어 2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김혜성은 시즌 타율을 4할1푼1리에서 4할1푼4리(58타수 24안타)로 더 끌어올렸다. OPS도 .994에서 1.029로 상승했다. 

2회초 첫 타석부터 김혜성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1사 1,3루에서 세인트루이스 우완 선발투수 마이클 맥그리비의 3구째 몸쪽 높게 들어온 시속 89.3마일(143.7km) 커터를 받아쳐 우익선상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렸다. 

시속 98.8마일(159.0km) 강습 타구로 3루 주자 윌 스미스는 물론 1루 주자 에드먼까지 홈에 불러들인 2타점 3루타. 스코어를 3-0으로 벌린 적시타였다. 전력 질주한 김혜성은 1~2루를 지나 3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갔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3루타. 

다저스 경기를 전담하는 ‘스포츠넷LA’ 중계진도 감탄했다. 김혜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캐스터 스티븐 넬슨은 “김혜성은 대부분 사람들의 기대를 넘어섰다”고 운을 떼자 해설가 오렐 허샤이저도 “파워, 타구 속도, 홈런까지 정말 기대 이상”이라고 맞장구쳤다. 

김혜성이 3루타를 터뜨리자 허샤이저는 “김혜성은 땅볼이나 라인드라이브를 치는 타자로 예상됐다. 갭파워를 보여주거나 담장을 넘기는 타격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몸쪽 공을 정확하게 쳤다. 높은 커터를 파울이 되지 않게끔 라인 안으로 타구를 잘 보냈다”고 설명했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맥그리비와 5구 승부 끝에 바깥쪽 높은 시속 92.5마일(148.9km) 포심 패스트볼에 배트가 헛돌았다. 

하지만 2회 첫 타석 3루타의 잔상이 남은 듯 칭찬이 쭉 이어졌다. 허샤이저는 “김혜성이 이곳에 오면서 처음에는 문화 충격이 있었을 것이고, 이 팀에서 뛸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을 것이다. 스프링 트레이닝 때는 스윙을 바꾸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트리플A에서 괜찮은 성적을 냈고, 콜업 기회가 왔다. 여기저기 포지션을 옮겨 다니면서도 4할 타율을 치고 있다”고 칭찬했다. 

넬슨도 “출장 기회가 꾸준한 것도 아니다. 계속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거들었다. 1사 2루 찬스에서 김혜성이 삼진으로 물러나자 허샤이저는 “이건 보기 드문 장면이다. 그는 득점권에서 13타수 8안타였다”며 “지금은 삼진을 당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팀에 기여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중견수 수비에서도 김혜성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3회말 세인트루이스 메이신 윈의 좌중간 워닝 트랙으로 날아간 장타성 타구를 빠르게 쫓아가 잡아냈다. 시속 97.2마일(156.4km) 타구를 캐치한 뒤 속도를 이기지 못해 펜스에 부딪치면서 잠시 휘청였지만 부상은 아니었다.

장타를 막은 호수비에 투수 클레이튼 커쇼도 오른팔을 들어 고마움을 표했다. 넬슨은 “김혜성이 펜스 근처에서 몸을 뻗어 타구를 잡아냈다. 정말 멋진 캐치였다. 센터에서 혜성 같은 수비를 보여줬다”며 감탄했다. 

이처럼 공수에서 한 건씩 해낸 김혜성이지만 두 타석만 치고 대타로 교체됐다. 7회초 세인트루이스 좌완 불펜투수 존 킹이 올라오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좌타자 김혜성을 빼고 우타자 키케 에르난데스를 대타로 기용했다. 올해 김혜성은 4할대 타율에도 불구하고 좌투수 상대로 2타석밖에 들어서지 못했다.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 속에 좌투수 상대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게 아쉽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