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좌완 투수 김범수(30)가 FA 시즌을 맞아 반등에 성공했다. 2점대(2.20) 평균자책점에 결정적인 터프세이브 2개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김범수는 지난 7일 광주 KIA전에서 3-2로 앞선 연장 11회말 2사 1루에 구원 등판했다. 동점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좌타자 최원준 상대로 우완 김종수가 초구 볼을 던지자 김범수가 긴급 투입됐다. 불리한 카운트를 넘겨받았지만 볼카운트 2-2를 만든 김범수는 6구째 슬라이더로 좌익수 뜬공을 유도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시즌 2세이브째. 

앞서 지난 4월27일 대전 KT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마무리투수 김서현이 휴식을 취한 날이었는데 4-3으로 추격당한 9회 2사 1,2루 위기에 김범수가 급하게 호출됐다. 역전 주자까지 나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장준원을 3루 땅볼 처리하며 세이브를 거뒀다. 올해 세이브 2개 모두 동점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지켜낸 터프세이브라 더욱 짜릿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또 하나 더 있다. 지난달 7일 대전 삼성전에선 4-2로 쫓긴 7회 1사 1,3루 위기에서 르윈 디아즈를 중견수 뜬공,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홀드를 기록했다. 상대 전적 11타수 5안타 4홈런으로 절대 약세였던 박병호에게 직구로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고 온몸으로 포효했다. 

김범수는 올 시즌 28경기 16⅓이닝을 던지며 2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2.20 탈삼진 19개를 기록 중이다. 2023년 4.19를 넘어 개인 최저 평균자책점으로 WHIP(1.10), 피안타율(.200) 등 비율 기록이 커리어 하이다. 늘 제구가 불안한 투수였는데 올 시즌 9이닝당 볼넷이 3.3개로 통산(5.7개) 기록보다 크게 줄었다. 

북일고를 졸업하고 2015년 1차 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범수는 입단 후 구속이 150km대로 빨라지면서 파이어볼러로 주목받았다. 2018년부터 1군 붙박이로 자리잡았고, 2021년부터 불펜으로 보직이 고정됐다. 2022년 한화 역대 한 시즌 최다 27홀드를 기록하는 등 통산 68홀드를 올렸다. 

기복이 있긴 했지만 한화 불펜에서 가장 자주, 많이 던진 투수였다. 2022년 78경기, 2023년 76경기에 나와 2년 연속 60이닝 이상 던졌다. 그러나 지난해 39경기(34이닝) 4홀드 평균자책점 5.29로 고전했고, 8월에 왼쪽 광배근 및 삼두근 손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5년 연속 이어간 50이닝 이상 투구 기록도 끊겼다. 

지난해 일종의 안식년이 되면서 몸을 추스른 김범수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최상의 컨디션을 뽐냈다. “작년과 몸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작년에는 몸이 너무 무겁고, 회복 자체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작년 후반 부상도 있었고, 많이 쉬면서 몸이 회복된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시즌 초반 2군에 한 번 다녀온 뒤 한층 안정된 투구로 반등하고 있다.

FA 시즌이라는 동기 부여도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시즌 초반 김범수에 대해 “올해 아주 중요한 게 달려있다. 본인이 엄청 열심히 했고, 공도 좋아졌다. 좌타자 상대로 자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이제 잘할 때가 됐다”고 힘을 실어줬다. 

김범수의 반등에는 코칭스태프의 효과적인 기용법도 빼놓을 수 없다. 주로 좌타자들에 맞춰 원포인트 또는 투포인트로 짧게 쓰며 김범수가 자신감을 갖고 최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김범수도 직구, 슬라이더 투피치로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훨씬 더 날카로워졌다. 좌타자뿐만 아니라 우타자 상대로도 좋은 투구를 하며 최근에는 1이닝을 꽉 채우는 등판도 점점 늘고 있다. 

한화는 조동욱이 내전근 부상을 당한 류현진의 대체 선발로 로테이션에 들어감에 따라 당분간 좌완 불펜은 김범수 한 명으로 운영해야 한다. 지금 김범수의 모습이라면 불펜에서 비중을 더 높여도 문제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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