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코앞에 둔 2025시즌 프로야구가 한 치 앞을 모르는 순위 경쟁에 한창이다. 때마침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 혹서기의 체력전이 5강 싸움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KBO리그는 한 시즌에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 11일까지 소화한 경기 수가 가장 많은 팀은 키움 히어로즈(69경기), 가장 적은 팀은 NC 다이노스(62경기)다. 아직 남아있는 경기가 절반도 넘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벌써 한 경기, 한 경기가 살얼음판이다. 매 게임 승패에 따라 순위가 요동친다.

그럴 수밖에 없다. 3위 롯데 자이언츠와 7위 KIA 타이거즈의 격차가 고작 2.5경기다. 3위부터 4위 삼성 라이온즈, 5위 KT 위즈, 6위 SSG 랜더스가 모두 0.5경기 차로 촘촘하게 붙어 있다. SSG와 KIA도 1경기 차로 간격이 좁다.

강약 구도도 시시각각 바뀐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위 LG 트윈스, 2위 한화 이글스, 3위 롯데가 '3강'을 형성했다. 지금은 LG와 한화가 0.5경기 차로 선두를 다투고, 롯데는 중위권 팀들과 경쟁한다. 그렇다고 LG와 한화를 '2강'으로 분류하기엔 2위와 3위의 격차(2경기)가 크지 않다. 시즌 초반 한때 8할대 승률을 자랑했던 LG의 기세가 주춤한 사이, 하위권까지 처졌던 지난해 준우승팀 삼성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춘추 전국시대'가 열렸다.

LG는 지난 10일 올 시즌 최저 승률(0.594)을 기록하는 등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가 11일 SSG전 승리로 다시 승률 0.600(39승 1무 26패)을 맞췄다. 투타 밸런스가 좋은 데다 주축 투수들이 부상을 털고 잇달아 복귀하면서 마운드에 숨통이 트였다. 한화는 10일과 11일 두산 베어스를 잡으면서 여전히 LG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다만 올 시즌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선발 투수진에서 류현진과 문동주가 휴식을 위해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로테이션에 돌아올 때까지 '버티기'가 중요해졌다.

3~5위는 1위보다 더 치열한 전쟁터다. 활화산 같은 공격력을 앞세운 롯데와 삼성, 높은 마운드가 무기인 KT와 SSG가 엎치락뒤치락한다. 10일엔 삼성이 3위였는데, 11일엔 롯데가 3위다. KT는 10일까지 롯데와 공동 4위였다가 11일 맞대결에서 패해 5위가 됐다. SSG는 지난 6일 6위로 내려왔지만, 앞 순위 팀들과의 간격을 야금야금 좁히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KIA도 11일 삼성전 승리로 희망의 불씨에 다시 불을 붙였다. 순위는 7위지만, 1위와 6경기 차라 얼마든지 반전을 노릴 수 있다. 한때 중위권 경쟁을 벌이다 최근 주춤한 8위 NC는 KIA와 2.5경기 차까지 벌어져 숨을 고르고 있다.

다만 9위 두산과 10위 키움은 불꽃 튀는 순위 싸움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두산은 5위 KT에 8.5경기 차로 떨어져 있는데, 최근 4연패에 빠지면서 4할 승률이 붕괴(0.397)했다. 지난 2일 이승엽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키움은 두산에도 7경기 차 뒤져 있다. 11일 NC에 패해 승률이 다시 2할대(0.299)로 내려갔다. 다이내믹한 순위 싸움은 그저 '남의 얘기'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