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대전 이정원 기자] "나 때문에 경기를 졌기 때문에."

한화 이글스 4번타자 노시환은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와 주중 3연전을 갖기 전까지 6월 26타수 1안타였다. 1할이 되지 않았다. 5월 타율도 0.206(97타수 20안타)에 그쳤다. 4월 타율 0.303(89타수 27안타) 7홈런 20타점 22득점으로 활약했던 노시환을 생각하면 아쉬운 수치.

또한 지난 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연장 10회 악송구를 범하면서 끝내기 실책의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시환이가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다. 어린 나이에 팀의 주축이 되고 큰 성적을 내다보니 기대치가 너무 높게 가 있다. 감독이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편하게 해줘야 한다. 스트레스 덜 받게 하는 게 감독 역할이다"라고 격려했다.

감독의 믿음 덕분일까. 노시환은 살아났다. 두산과 주중 3연전에서 3안타 2타점 4득점을 폭발했다. 세 경기에서 모두 장타를 때렸으며, 12일 경기에서는 5월 25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18일 만에 홈런포를 가동했다. 조금씩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다.

12일 경기가 끝나고 만난 노시환은 "당연히 야구를 하다 보면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안 될 땐 스트레스도 받는다. 그렇지만 이겨내야 한다. 즐겁게 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타석에서 조금씩 타이밍이 잡히고 있다. 최근에 안 되다 보니 꾸준하게 연습을 했는데 올라오고 있다"라고 미소 지었다.

8일 경기에 대한 미안함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끝내기 실책을 했기에 당연히 미안했다. 나 때문에 경기를 졌다. 그러나 선수들도, 코치님들도, 감독님도 괜찮다고 해주셨다. '너 때문에 이긴 경기가 많다'라고 해주셔서 빨리 잊었다. 마음을 비우고 '다음에는 나 때문에 이기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노시환이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 "젊었을 때부터 야구를 잘했던 선수다. 어렸을 때 홈런왕도 했고 기대치가 있기에, 노시환은 맨날 이만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그때는 순위 싸움에 부담이 없고, 스트레스도 덜 받았을 때다. 또한 상대 투수들이 노시환에 대해 잘 모를 때다"라고 했다.

노시환은 2023시즌 131경기에 나와 153안타 31홈런 101타점 85득점 타율 0.298을 기록하며 리그 홈런왕 및 타점왕에 등극했다. 구단 역대 8번째 30홈런-100타점 타자가 됐다. 지난 시즌에는 데뷔 후 가장 많은 136경기에 나와 143안타 24홈런 89타점 88득점 타율 0.272로 제 몫을 했다.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노시환은 "감독님께서 믿고 시합을 내보내 주신다. 보답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솔직히 4번타자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하지 못했다. 더 분발해야 한다"라며 "지금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아직 어리지만 팀의 4번타자 직책을 맡고 있다. 1군 경험이 많으니까 동생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 어느 정도 부담감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시환은 2019년 데뷔 후 단 한 번도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그러나 올해는 기대해 볼만하다. 한화는 12일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두산전 스윕과 함께 1992년 빙그레 이글스 시절 이후 33년 만에 40승 선착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전후기 리그(1982~1988), 양대리그(1999~2000)를 제외하고 40승 선착 팀의 정규 시즌 우승 확률은 62.5%(40회 중 25회)다.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50.0%(40회 중 20회). 한화는 이 확률을 잡은 셈이다.

노시환은 "아무래도 팀이 하위권에 처져 있을 때는 부담감이 덜했다. 지금은 팀이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보니 못했을 때 미안한 마음도 크더라.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걸 부담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말 LG와 3연전이 재밌을 것 같다. 중요한 경기다. 확실하게 이긴다는 생각으로 다들 잘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