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 좌완 영건 조동욱이 자신에게 주어진 선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지난 5일 대전 KT전, 선발투수로 등판한 류현진은 예기치 못한 통증으로 예상보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다. 3회초 3실점한 뒤 4회초 만루 위기, 그런데 안현민을 상대로 초구 볼을 던진 류현진이 몸 상태에 이상을 호소했다. 

트레이닝 코치와 한참을 얘기하던 류현진은 결국 조동욱과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일찍 마무리했다. 만루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류현진과 교체된 조동욱은 앞서 홈런과 적시타를 기록한 안현민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위기를 진화했다.

좌측 내전근 불편감이 이른 교체의 이유였다. 류현진은 이튿날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5일 류현진에 이어 나와 2⅔이닝을 막았던 조동욱이 다음 류현진 자리에 선발 기회를 얻었다. 

11일 대전 두산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에 나선 조동욱은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제 몫을 했다. 팀도 9-1 대승을 거두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4월 17일 문학 SSG전에서 데뷔 첫 홀드, 5월 28일 잠실 LG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작성했던 조동욱은 이날 승리를 더해 이번 시즌 승리와 홀드, 세이브를 모두 가진 투수가 됐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조동욱은 데뷔전부터 퀄리티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데뷔전 만큼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불펜으로 나서다가 시즌 말미 다신 선발을 맡기도 했다.

올해에도 더 일찍 선발로 나설 수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문동주의 늦은 합류를 고려해 5선발로 이상규를 낙점했다 이상규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등에서 부진했다. 김 감독은 조동욱을 새로운 5선발로 쓰겠다고 했다. 문동주가 빨리 합류하게 되면서 조동욱의 선발 등판도 이뤄지지 않았다.

조동욱은 선발투수로서의 욕심이 있는 만큼 아쉬움이 컸지만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어쩔 수 없다. 불펜에서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그 말을 성실하게 지키고 있다. 자신에게 찾아온 선발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뒤, 이제 다시 뒤를 지킨다.

올 시즌 조동욱의 등장곡은 빅뱅의 '에라 모르겠다'다. 될 대로 되라는 듯 '에라 모르겠다'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마운드를 향해 달리는 조동욱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 등장곡에도 다 뜻이 있다. 조동욱에게 등장곡 선정 이유를 묻자 "이지풍 코치님과 함께 결정했다"고 했다.

이지풍 수석 트레이닝 코치는 "나한테 물어보길래 나도 뭐가 좋을까 찾아봤다"면서 "동욱이가 잘하고 있지만 내가 볼땐 초반에 불안하고 긴장하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던져라, 겨울에 준비 잘했으면 결과는 따라 올 거니까 그런 마인드로 하라는 의미로 골랐다. 긴장하지 말고 자신있게 던지라는 뜻이다. 동욱이도 듣고 괜찮다고 했다"며 웃었다.

조동욱은 올해 비시즌 이지풍 코치가 제안한 운동 스케줄과 식단을 소화하며 벌크업에 성공했다. 겨울에만 6kg이 늘었다. 이 코치는 "사비를 들여 미국에 간다고 하길래 왜 한국에서 해도 되는지 설명을 했다. 그 돈으로 먹는 거에 투자를 하라고 했다"며 "동욱이가 열심히 한 거다. 나는 방법만 알려주고, 실행하는 건 선수"라고 조동욱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