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 깜짝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둥지를 옮긴 메이저 리그(MLB) 강타자 라파엘 데버스(28). 16일(한국 시각) MLB 홈페이지 등 현지 매체들은 데버스를 둘러싼 1 대 4 트레이드를 다투어 보도했다.

데버스는 보스턴의 프랜차이즈 스타였기 때문이다. 데버스는 지난 2017년 20살에 빅 리그에 데뷔해 9시즌 통산 타율 2할7푼9리 214홈런 69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8을 찍은 MLB 정상급 거포다.

2018년 월드 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데버스는 올스타 3회, 실버 슬러거 2회 선정됐다. 2023년 1월 데버스는 보스턴과 11년 총액 3억3100만 달러(약 4512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하며 레드삭스 군단의 전설로 남을 것으로 보였다.

올 시즌에도 데버스는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73경기 타율 2할7푼2리 15홈런 47득점 5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5의 빼어난 성적이었다.

하지만 구단과 불화가 문제였다. 보스턴은 올 시즌 전 지난해 3루수 골드 글러브를 수상한 알렉스 브레그먼을 영입했고, 기존 3루수인 데버스에게 지명 타자 이동을 요청했다. 보스턴으로서는 수비가 좋은 브레그먼을 3루수로 쓰고, 데버스를 지명 타자로 옮겨 공격력을 극대화하려는 계획이었다. 당초 이를 거부했던 데버스는 지명 타자로 나섰지만 지난달 1루수 트리스턴 카사스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이에 구단이 1루 수비를 요청하자 이를 거부했다.

특히 보스턴 구단주의 격노가 컸다. 트레이드 소식에 대해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에서 버스터 올니 기자는 "지난달 존 헨리 구단주가 1루수 전향을 거부하는 데버스를 설득하기 위해 세인트루이스와 원정 당시 캔자스시티까지 날아갔지만 데버스는 반응하지 않았고, 이후 다른 구단들은 트레이드를 예상했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들도 "헨리 구단주가 디버스를 설득하려 했지만 면담은 기대했던 것만큼 잘 이뤄지지 않아 보스턴 입장에서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약 1개월 만에 보스턴은 선발 투수 조던 힉스를 비롯해 투수 카일 해리슨, 호세 벨로, 외야수 제임스 팁스 등 유망주들을 받고 데버스를 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샌프란시스코는 강타선을 구축해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주전 3루수 맷 채프먼이 부상으로 이탈한 터라 데버스가 대신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등의 분전에도 팀 타율이 MLB 전체 24위(2할3푼3리), 팀 홈런 19위(70개)에 불과하다. 좌타 거포 데버스의 가세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내셔널 리그(NL) 서부 지구 경쟁팀 LA 다저스도 긴장할 만한 소식이다. 다저스의 한국계 야수 토미 현수 에드먼은 16일 샌프란시스코와 홈 경기 뒤 'NBC 로스앤젤레스'와 인터뷰에서 "트레이드에 대해 경기 시작 직전에 들었는데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올 시즌 이 시점에서 그런 큰 움직임이 있을 줄 몰랐고, 벤치에서는 화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등 최강 타선을 앞세워 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율 4할에 육박하는 김혜성이 플래툰 시스템에 의해 선발 출전이 들쭉날쭉할 정도다. 2경기 차로 다저스를 쫓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데버스 영입으로 타선의 무게감을 더해 1위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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