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출루머신이 돌아왔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에게 작년보다 올해 훨씬 어려워진 일이 라인업 작성이다. 작년에는 술술 풀렸다. 특히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2번에 자리잡은 뒤 거의 타순의 변동이 없었다. 어쩌다 1~2자리가 바뀌긴 해도 큰 틀에서 고정 타순으로 갔다.

그러나 올해는 고정 타순을 가동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개막과 함께 부상자가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김도영, 김선빈, 나성범, 이우성 등 작년 기준 베스트9 중 4명이 부상 혹은 부진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심지어 박정우, 윤도현 등 일부 백업멤버들까지 다쳤다.

특히 고정타순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테이블세터에 대한 고민이 계속 있었다. 최원준이 두 차례 2군행을 딛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타격감을 확 끌어올리지 못한다. 2년 연속 규정타석 3할을 때린 박찬호도 올해 부상을 딛고 돌아온 뒤 기복이 심하다.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을 맡고 있기도 하다.

오선우, 김석환, 김호령이 새롭게 1군에 자리매김했다. 김석환은 어깨 부상으로 잠시 2군에 다녀와서 다시 1군에 합류했다. 여기에 올 시즌 초반 보이지 않던 두 명의 베테랑 외야수가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이창진(34)과 고종욱(36)이다.

고종욱이야 대타에 특화된 카드지만, 이창진은 다재다능한 우타자 겸 외야수다. 발이 아주 빠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수비를 아주 잘하는 편도 아니다. 타격 능력이 월등하게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타격, 수비, 주루 모두 팀에서 최상급, 리그 평균 이상으로 해낸다.

특히 이창진은 출루율이 좋은 타자다. 통산 출루율 0.363으로 준수하다. 작년엔 103경기서 무려 0.401을 기록했다. ABS 시대에도 전혀 눈 야구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좋아졌다. 2021년부터 2023시즌까지 꾸준히 100경기 이상 출전하면서 출루율은 0.374, 0.362, 0.401이었다.

올해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합류가 불가능했다. 한동안 쉬다 퓨처스리그에 모습을 드러냈고, 경기력이 올라왔다는 보고가 나오자마자 1군에 합류했다. 이창진은 최근 좌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거의 무조건 리드오프로 나간다. 우투수가 나와도 전진배치된다.

9경기에 불과하지만, 안타(5개)보다 볼넷(8개)이 더 많다. 매 경기 1개의 볼넷을 골라낸다는 얘기다. 출루율이 0.438이다. 18일 광주 KT전서는 대타로 등장해 결승타를 날렸다. 특유의 어깨춤을 추는 듯한 노 스텝 타격은 이젠 다소 유연하게 바뀌었지만, 자신만의 타격 매커닉이 확실한 선수다.

이창진을 통해 테이블세터 고민이 거의 해결됐다. 아울러 외야에도 안정감이 생겼다. 김호령이 센터에서 중심을 잡지만, 우익수 최원준이 올 시즌 타격이 안 풀리자 수비에서도 실수가 잦은 편이다. 이창진이 결과적으로 이런 부분을 보완해주는 역할까지 한다.

장맛비가 시작됐다. KIA는 최근 상승세를 탔지만, 시즌을 전체적으로 보면 쉬면서 정비하는 것도 괜찮다. 단, 1군에 뒤늦게 올라와 9경기서 신바람을 낸 이창진은 장맛비가 아쉬울 수도 있을 듯하다. 백업들의 기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