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SSG랜더스는 지난 2주간, 두 번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주인공은 추신수와 김강민.

하지만 반응은 사뭇 달랐다. 2경기 모두 만원 관중이 입장했지만 추신수의 은퇴식 때는 많은 관중이 행사 시작 전 자리를 떠났다. 반면 김강민의 은퇴식이 열린 날은 폭죽 행사를 위해 비워놓은 3루 외야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자리가 끝까지 가득 찼다. 현재 두 선수에 대한 팬들의 온도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SSG는 28일 오후 5시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 종료 후 김강민 은퇴식을 진행했다.

김강민은 2001년 2차 2라운드로 입단해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SSG에서 23시즌 동안 1919경기, 타율 0.274, 138홈런, 674타점, 805득점, 209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팀의 5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07,2008,2010,2018,2022)에도 크게 이바지했으며 2022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5차전 결정적인 끝내기 홈런 포함 타율 0.375(8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으로 최고령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하지만 김강민은 2023시즌 종료 후 35인 보호선수 명단 제외라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한화의 지명을 받고 정든 SSG를 떠났다. 당시 팬들의 반발은 상당했다. 구단 사무실과 랜더스필드에는 항의성 근조화환이 쌓였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황이었고 김강민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1년 더 선수생활을 한 뒤 은퇴했다. 

그럼에도 김강민은 친정팀을 향해 단 한마디 원망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SSG는 뒤늦게 김강민의 은퇴식을 열어주겠다며 손을 내밀었고 김강민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결국 그는 인천 팬들과 마지막을 함께 했다. 

김강민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경기 종료 후 수많은 팬이 구장에 남았다. 팬들은 김강민의 한마디 한마디에 웃고 또 울었다. 랜더스필드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김강민의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지난 14일 추신수의 은퇴식과는 대조적이었다. 현재 추신수를 향한 SSG 팬들의 여론은 최악이다. 논란의 시작은 박정태 전 감독의 2군 사령탑 선임이었다. 그는 음주운전과 폭행 전력이 있는 인물로, 장기간 현장을 떠나 있었다. 팬들은 추신수가 외삼촌인 박정태를 구단에 영향력을 행사해 앉힌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 전 감독은 사임했지만, 최근 다시 '2군 고문'으로 복귀하며 불신은 더욱 커졌다.

이 같은 반감은 은퇴식에서도 나타났다. 선수의 마지막을 축하하는 행사임에도 일부 SSG 팬들은 경기장 앞에 항의성 근조화환을 보냈다. 은퇴식의 하이라이트인 은퇴사 발표 때에는 야유가 나왔다. 추 보좌관은 이날 김강민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 잠시 그라운드에 올라왔는데 카메라가 이를 비추자 SSG 팬들은 거센 야유를 보냈다. 

팬들은 떠나는 전설 김강민에게는 따뜻한 박수와 응원, 논란의 추신수에는 야유로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스포츠한국 심규현 기자 simtong96@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