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과 홈경기에서 홈런 5방을 앞세운 막강 화력에 힘입어 9-0 대승을 거뒀다.

81경기를 치른 가운데 24승 54패 3무로 여전히 탈꼴찌 희망을 갖긴 쉽지 않은 상황. 그러나 지난해 1,2위 팀을 상대로 연이어 선전하며 분위기를 확실히 뒤바꾸고 있다.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타선이 약해지며 외국인 선수를 투수가 아닌 타자 2명으로 구성하는 강수를 뒀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에 이어 김혜성(LA 다저스)까지 미국 무대로 떠나며 생긴 전력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지난 24일 KIA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KIA전 13안타를 날리며 9-6 역전승을 거둔 키움은 26일에도 연장 승부 끝에 5-5 무승부를 만들어내 1승 1무 1패로 시리즈를 마쳤고 이번 삼성과 주말시리즈에선 2연승을 달리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이날 타선의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상대 선발은 현 최고의 토종 투수로 불리는 원태인이었다. 이날 전까지도 6승 2패, 평균자책점(ERA) 2.59로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던 국내 선발 투수였다. 지난 두 시즌과 올 시즌 앞서 한 차례를 포함해 8경기에서 3승 1패 ERA 1.73으로 천적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불을 뿜는 키움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1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송성문은 원태인의 높은 코스 직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리드오프 홈런을 터뜨렸다. 27일 마지막 타석에 이은 연타석 홈런.

2회에 다시 타석에 선 송성문은 이번엔 잘 제구된 바깥쪽 체인지업을 공략, 중앙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0m 대형 솔로포를 날렸다. 올 시즌 KBO 첫 3연타석 홈런이자 송성문의 13번째 대포였다.

원태인도 정신을 차렸다. 이후 두 타자와 3,4회를 깔끔히 틀어막았다. 하지만 5회 쓰러졌다. 3번째 타석에 나선 선두타자 송성문이 우전안타를 때려 포문을 열었고 최주환의 안타로 2사 1,3루 기회를 만들었고 집요하게 몸쪽 승부를 펼치려던 원태인이 주성원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2사 만루에선 최악의 타격감을 보이던 스톤이 나섰다.

볼카운트 1-1에서 원태인의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몰렸다. 스톤은 동반 상승 흐름을 탄 키움 타선과 함께 날아올랐다. 빠르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강한 파열음을 낸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 중앙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 슬램이 됐다. KBO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했다.

원태인이 8실점을 한 건 루키 시즌이었던 2019년 8월 22일 두산전(2⅓이닝 10실점) 이후 처음이다. 지난 2년 동안은 7실점 경기조차 없었다. 그렇기에 이날 결과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ERA는 한순간에 3.13까지 치솟았다.

송성문은 이날만 5연타석 안타를 날렸고 전날 포함 6연타석 안타를 기록했다. 8회엔 신인 어준서까지 홈런 대열에 합류하며 키움은 이례적인 5홈런 경기로 압승을 거뒀다.

KBO리그는 역대급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2할대 승률을 전전하던 키움은 리그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팀이라는 평까지 들어야 했다. 당장 순위를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이날 보여준 화력은 키움의 야구 역시 흥미로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장면이었다. 키움이 국내 최고 투수를 무너뜨린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29일 오후 2시부터 펼쳐질 경기에선 좌완 이승현을 상대로 대포를 장전한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